흥행 성공했지만 유통업 주도로는 한계…제조업체 참여하고 시장 자발적 이벤트돼야
업체별 행사 일정 조정해 소비축제 만들어야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시장일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세제혜택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A백화점 관계자)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제조업체, 직매입 벤더들이 빠진 상황이면 결국 유통업체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B 대형마트 관계자)
"유통업체가 아닌 제조업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C화장품업체 관계자)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블프)에 대한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소비 심리 회복, 재고 소진 등의 기대효과 측면과 단기 이벤트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나뉜다. 물론, 공통적인 의견도 있다. 초기 흥행여부를 떠나 보완해야 될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최근 7일간 백화점들은 16.8~30.4%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수 년만에 받아본 두 자릿수 숫자지만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후폭풍을 우려해서다. 정부는 내년부터 정례적으로 블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할인율과 할인 품목, 참여업체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유통업체만 덤터기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D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블프는 단시간내 급조하는 바람에 삼성ㆍLG전자, 명품 등 키(key)브랜드가 참여하지 않았다"며 "제조업체 등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 소비 축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백화점 관계자도 "정부가 유통업체에만 채찍질을 하니 힘이 덜 실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타이밍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각 업체별로 기존에 계획된 가을 시즌 행사를 블프 기간으로 조율해야 업체 입장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려와 함께 기대도 공존한다. 초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흥행면에서 효과를 본 만큼 준비를 잘해 정례화하면 소비 촉진과 재고 소진, 생산성 증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소비 경기가 상당히 침체돼 있기 때문에 생산을 많이 해도 재고만 쌓이는 상황이었다"며 "소비 심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봤다.
이경희 신세계미래정책연구소 부장도 "정부 차원의 이벤트가 효과를 낸 사례"라며 "연례행사가 된다면 소비 진작을 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대로만 갖춰진다면 정부 주도의 소비진작책도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급조된 팔비틀기 형태가 아닌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리드해나가는 이벤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회상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블프는 소비 진작을 위한 행사가 아닌 마케팅 전략"이라며 "소비가 진작돼야 내수가 살아나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가 좋아져야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일시적인 이벤트보다는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지적이 규제 완화다. 자칫 규제가 소비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다. 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의무휴업으로 소비자들의 일요일 쇼핑 자체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무휴업 초기인 2012년 5~7월 일요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으나, 의무휴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 이후 영업하는 일요일의 경우에도 매출이 줄어들면서 2013년 1~3월 일요일 매출은 7%나 감소했다. 소비 감소는 납품업체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납품업체의 매출 피해액은 연간 1조6891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가장 많은 반발을 사고 있는 규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다. 부정청탁 관행 근절을 위한 법이지만 자칫 국내 유통업계와 농축수산 업계를 위기로 몰 수 있는 등의 부작용 때문이다.
법 제8조 3항에 따르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ㆍ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ㆍ경조사비ㆍ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은 예외다. 문제는 제한금액이다. 현행 공무원윤리강령에 따르면 1인당 식사와 선물은 3만원 이하, 경조사비는 5만원 이하만 가능하다. 대통령령은 공무원윤리강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이 금액이 유력한 상황이다. 당장 내년 9월부터 시행되면 추석 대목부터 직격탄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현실을 반영해 김영란법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