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PL-15 장거리공대공 미사일 실험 성공...미국 암람 개량 목소리 힘얻어
[아시아경제 박희준 위원]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에 따른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중국은 그동안 군사력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미국과 중국 간의 군비경쟁은 가속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 시제기를 만들어 시험비행을 계속하고 있으며, 최신형 방공구축함, 핵추진 잠수함과 디젤잠수함 등을 잇따라 건조, 실전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1995년 이후 20년 동안 군사비를 실질금액 기준으로 무려 500% 증액했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는 국가가 됐다.
미국이 중국의 거부전략(A2/AD) 에 대응하기 위해 스텔스 전투기와 연안전투함(LCS), 무인항공기(드론)의 배치를 늘리자 중국은 미사일 개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장거리공대공 미사일이다. 중국의 공중조기경보기의 지휘를 받을 경우 중국 전투기들은 수백 킬로미터 밖의 미공군 스텔스 전투기와 미사일들을 위협하거나 격추할 능력을 갖추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과 미군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중국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 '피리(霹靂·PL)-15의 시험 발사'=미국의 과학전문지 '파퓰러 사이언스'는 지난달 22 중국이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 발사시험 사실을 전했다. 파퓰러 사이언스는 "중국이 지난 15일 최신 '초(超)가시거리 공대공 미사일(BVRAAM)'인 PL-15(霹靂·PL-15)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607연구소가 개발했다는 BVRAAM은 30km가 넘는 거리 밖에서 발사해 적의 전투기나 폭격기, 공중급유기, 무인기(드론) 등 각종 항공기를 파괴하는 공대공 미사일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은 자체 개발 전투기 젠(殲)-11B에 러시아제 R77을 개량한 PL-12 미사일을 장착해 사용하고 있다. PL-12의 사거리는 약 100km로 추정되고 있어 PL-15의 사거리는 이보다 길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파퓰러 사이언스에 따르면, PL-15는 첨단 엔진을 장착해 사거리가 150~200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거리 연장을 위해 PL-15는 첨단 로켓 모터와 램젯 엔진 등을 사용했을 것으로 파퓰러 사이언스는 추정했다. 시커(seeker)와 데이터 링크도 개선된 것으로 추정됐다.
PL-15는 길이 4m, 직경 20cm로 PL-12와 같은 크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군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암람(AMRAAM)보다 조금 길고 큰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는 J-11B가 PL-15를 장착한 모습이 나돌고 있다. 파퓰러 사이언스는 이와 관련,"J-11B의 레이더 운용거리는 PL-15의 최대 사거리보다 짧지만 KJ-2000 조기경보기로부터 원거리 적 전투기의 위치 정보를 받아 미사일을 발사하고 나머지 과정은 KJ-2000의 지령을 받아 PL-15의 첨단 추적기가 미사일을 유도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퓰러 사이언스는 "PL-15가 실전 배치 단계로 들어가면 중국은 J-20, J-31 등 스텔스 전투기 뿐만 아니라 J-10, J-11, J-15, J-16 같은 기존 전투기에도 PL-15가 장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20은 2002년 초 시험비행 당시 모조 BVRAAM 2발을 동체 하부 좌측 무장창에 탑재한 것이 목격됐는데 양산단계의 J-20은 동체 하부 좌우 무장창에 각 3발 총 6발을 탑재할 것으로 파퓰러 사이언스는 전망했다.
◆미공군 장성 "PL-15,F-35와 폭격기, 공중급유기 위협"=비록 시제 단계지만 PL-15는 미군 내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벌써부터 F-35 스텔스전투기는 물론, 미군의 태평양 지역 작전의 핵심인 폭격기와 공중급유기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 공군 전투사령관인 허버트 호크 칼라일 대장은 중국군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같은 날 열린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2015 공군협의회 컨퍼런스'에서 한 연설에서 "PL-15의 사거리는 미군의 모든 공대공 미사일보다 길기 때문에 F-35 스텔스 같은 전투기 뿐 아니라 폭격기와 공중급유기에도 위협이 돼 미 공군이 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데 치명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칼라이 대장이 걱정하는 대목은 PL-15의 사거리다. 램젯 엔진을 탑재한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150~200km에 이를 수 있고 종말 기동력도 향상됐다. '차이나 디펜스 옵서베이션'이라는 웹사이트는 사거리가 실제로 400km에 이른다고 전했다. PL-15는 미군보다 더 멀리서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군이 1991년 실전배치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암람의 사거리를 크게 앞선다. 암람의 사거리는 50~80km(AIM-120 A/B형), 105km(AIM-120C-5),180km (AIM-120D)다. 최근 보도가 사실이라면 가장 최신형인 D형조차 중국의 PL-15보다 사거리가 짧다.
암람은 무게 152kg, 길이 3.66m, 지름 17.8cm, 마하 4로 비행하는 미사일로 저고도 및 고고도 비행 표적을 전천후 환경에서 파괴하는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미국과 한국 등 36개국이 F-16, F-18, F-15, F-22, F-35, 그리펜, 해리어,토네이도 등의 주요 무장으로 장착한다. 미국방부에 따르면, 미군은 2015년 회계연도에 200발을 4억5790만달러에 조달할 계획이다. 한 발 가격이 약 22만9000달러 정도다.
◆"PL-15는 암람 예산 편성 이유"=칼라일 대장은 이 컨퍼런스에서 "PL-15는 미 의회가 현재 미국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암람을 대체할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할 이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안보전문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암람이 디지털 고주파 메모리를 갖춘 최신형 재머에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대체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올해초 '미군이폐기해야할 네가지 무기'라는 글에서 "암람이 최첨단 공대공 미사일이지만 잠재적 적성국들이 암람을 이기는 방법을 알아냈다"면서 "특히 이 미사일은 고주파 메모리 재머(DRFM)에 매우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DRFM은 수호 35 플랭커E 등에 탑재된 것이 확인되고 있으며 미군 조종사들은 표적을 맞추기 위해 암람 몇 발을 발사해야 하는 일도 있을 것이라고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경고했다.
한 F-22 조종사는 "F-22에 탑재된 6발의 암람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DRFM 재밍에 대항하는 이 미사일의 파괴확률은 낮다"고 주장했다.
일부 조종사들은 탐지거리가 확장된 F-22와 F-35의 최신 레이더에 맞춰 암람의 사거리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들 전투기 조종사나 시험 비행사들의 입에서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군사전문 매체 '밀리터리 닷컴'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의 F-35 시험 비행사들은 지난해 2월 "F-22와 F-35에 장착된 최첨단 레이더를 활용하고 중국 미사일의 사거리와 공군 전투기의 작전반경들을 감안해 암람의 사거리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AIM-120D의 사거리 연장을 위한 자금이 투입됐지만 F-35 개발에 전용되고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희준 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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