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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리더십]대한민국 'PB 1세대'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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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PB·삼성우먼
사람과 일 잡은 삼데렐라
비밀은 당당한 겸손함


두 아들, 직장생활 지탱하는 힘
슈퍼우먼 콤플렉스 벗어나야
개인기보다 협력 마인드 필요

[W리더십]대한민국 'PB 1세대'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가 자사 대표 상품인 'POP UMA'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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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두 아들, 프라이빗뱅커(PB), 삼성'은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금융인의 길을 걸은 지 올해로 25년째. 직장의 부침은 있었지만 우리나라 PB 1세대로 한 우물만 팠다. 그 결과 박경희 상무(47)는 삼성증권에서 두 번째로 여성 임원 자리를 꿰찼다.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 여성 임원은 불과 6명. 그 중 하나가 박 상무의 몫이다.

박 상무는 "사회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세 가지 선택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두 아들의 엄마라는 것과 개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PB 직종을 택한 것, 그리고 삼성이라는 조직에 몸담은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PB라는 단어조차 생경한 시절,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이겨내면서까지 한 길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PB 1세대, 삼성증권 '별'이 되다= "그 때는 정말, 제 고객이 돈을 긁어서 모아주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2006년 삼성증권에 차장으로 입사한 그는 5년 만에 별을 달았다.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상무 발탁이 남보다 빨랐던 건 사실 탁월한 성과 덕분이었다.


2007년 처음으로 지점장을 맡은 그는 어떻게 하면 고객과의 소통 접점을 늘릴 수 있을 지 고민이 깊었다. 고객 면면을 살펴보니 70%는 남성이었고 특히 오너급 자산가가 많았다. 시간이 금(金)인 바쁜 그들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때 박 상무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조찬 세미나다. 그는 "당시에는 금융 기관 조찬 세미나 자체가 거의 없었다"며 "고객의 자금을 운용하는 매니저를 제조자, 고객을 소비자라고 한다면 유통 단계를 생략하고 그 둘을 직접 만나게 했다"고 회상했다. 스타급 매니저의 발길은 이어졌고, 고객 사이에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그야말로 반응은 뜨거웠다.


'PB 1세대' 타이틀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영문학도인 그는 씨티은행과 IBM 등 외국계 회사에 지원했다가 낙방했다. 취업 재수생보다는 한양투자금융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로컬이지만 월급도 두 배였고, 단자사(短資社)였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가 많았다. 한양투자금융은 금성투자금융과 합병해 보람은행으로 재출발했다. 당시 은행의 지속 성장성을 고민하던 보람은행은 매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했고, 그 결과물은 박 상무의 인생을 바꾸는 첫 전환점이 됐다.


박 상무는 "한국 금융이 선진화하려면 개인을 전담하는 자산 관리 PB와 기업금융 전담역(RM)이 있어야 한다는 매킨지의 권고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PB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나는 PB 업무를 택했다"고 말했다. 몇 년 후 씨티은행이 떨어뜨렸던 그를 다시 뽑고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에서도 러브콜을 받은 것도 보람은행에서 쌓은 PB 경험이 큰 뒷받침이 됐다.


PB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박 상무는 "PB 비즈니스에서 가장 좋은 점은 너무나 많은 인생의 멘토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인데 심지어 그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일은 정말로 보람 있다"고 말했다.


단점을 묻자 순간 멈칫. 그는 "단점이라면 자산을 관리하고 운용한다는 게 1년 365일 내내 마음이 편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고객을 대신해 어드바이스(조언) 드릴 정도의 전문성을 항상 갖춰야 하고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자산의 종류는 많아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학습하는 러닝 스피릿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은 공교롭게 올 들어 코스피시장이 최대 폭락한 날이었다.


◆경단女 웬만하면 피해라…남녀 차별 식상한 이야기=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가 얘기한 것처럼 남자도 똑같이 결혼하는데 경력 단절을 고민하지 않아요. 이제는 여성도 가족과 충분히 의논하고 사회에 마련된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버텨나가는 게 현명해 보입니다."


박 상무는 큰 아들이 군대에 갈 때 훈련소에도 못 갔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딱 한 번 참석한 것이 전부다. 당연히 중고등학교, 대학교 입학식 졸업식도 간 적이 없다. 그런데 삼성증권 임원이 됐을 때 펄쩍 뛰며 가장 좋아한 사람은 두 아들이었다.


박 상무는 아들을 낳으면서 어쩔 수 없이 2년여 경단을 겪었지만 후배는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혼해 애를 낳지 않는 '딩크족'도 비추천했다. 그는 "일과 가정 모두 밸런스 잡힌 삶을 살아야만 한다는 슈퍼우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가정에 소홀한 부분에 죄책감을 느끼는 연결고리를 조금씩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와의 커뮤니케이션은 퀄러티(질)가 관건이지 시간적 양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상무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을 때, 힘들 때 지탱해주는 건 두 아들이었다"면서 "가족, 특히 자녀가 일에 매진하는 데 허들(장애)이 될 것이라며 시기를 늦추거나 선택지에서 빼버리는 여자 후배들에게 아이들은 큰 힘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조직 내에서 남녀 차별 운운하는 것은 더 이상 식상하다는 게 박 상무의 견해다. 그는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자가 절대 다수인 남자에 대해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를 빨리 캐치할수록 남자 상사나 부하와 나를 왜곡시키지 않고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10가지 일을 두고 똑같은 지시를 여러 번 하면 남자 직원은 별 중요하지 않은 잔소리라고 여겨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는 반면 여직원은 10개 모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의사 소통법이 다르단 얘기다.


시간에도 복리의 힘 있다
시간에 투자하면 반드시 기회 온다


◆직장생활은 시간의 복리 게임= 박 상무는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 밤 12시 귀가까지 하루를 3분의1씩 쪼개 쓴다. 지점 9개, 178명의 인원을 관리하는 임원이라서 시간은 그에게 금쪽같다. 조직원, 고객, 운용사 등 업계 사람을 만나는 데 하루를 보낸다. 남성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네트워킹에 약하다는 인식은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조직이나 인맥 관리에는 복리의 힘이 있다고 믿는 그다. 박 상무는 "직장생활은 시간의 복리 게임"이라며 "시간에는 복리의 힘이 있어 시간에 투자하면 반드시 때가 온다"고 했다.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예를 들어 진급에서 한두 차례 물 먹었다고 해도 이는 조직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게 아니라 아직 때가 아니라는 신호로 보란 것이다. 박 상무는 "후배들은 최선을 다 하고 그에 상응하는 즉각적인 보상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불만 갖고 그만둬버리기도 한다"며 "냉정하게 보면 조직 내에서의 시간, 어떤 때를 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조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은 당당하게 관계는 겸손하게"= 박 상무는 "매사 긍정적으로, 기왕 할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근데 혼자가 아니라 협조하면서 함께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46년 정도 살아 보니 이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박 상무는 "직급이 오를수록 협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며 "연차가 어릴 땐 개인기가 중요하지만 나중에 보면 잘난 사람만 남아 있기 때문에 개인기는 변별력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여성은 '협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때로는 지는 게 이기는 것일 수도 있다"며 "여성 직원은 멀티플레이를 잘 하고 섬세하고 똑 부러지고 맡은 바 완벽하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항상 깔끔하게 처리하려고 하면 협상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 상무는 '3P+1E' 이론을 설파했다. 자부심(Pride), 열정(Passion), 프로정신(Professionalism)에 인내(Endurance)를 가져야 직장생활을 원만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3C(Change·Challenge·Collaboration)'를 추가했다. 그는 "3P는 사람에게 내재된 가치인 반면 사람이든 비즈니스든 3C의 태도를 갖춘다면 어느 조직에서나 러브콜을 받는 인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배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이렇다. "일은 정말 재수 없을 정도로 당당하게, 관계는 때로는 비굴하게 느껴질 정도로 겸손하게 하면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습니다."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는 누구…


<약력>
▲1968년 서울 출생
▲1986년 휘경여고 졸업
▲1990년 이화여대 영어영문학 졸업
▲1990~2000년 보람은행(옛 한양투자금융)
▲2000~2002년 씨티은행
▲2002~2006년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PB
▲2007년 삼성증권 마스터PB
▲2010년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
▲2012년 리테일사업본부 UHNW사업부장
▲2013년 SNI본부 강북사업부장
▲2014년~현재 강남1권역장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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