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상태…현금유입도 마이너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스마트그리드 업체인 인스코비(옛 로엔케이)가 누적 손실에 재무구조 악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물량주의보도 내려져 있어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희석도 우려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스코비는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사채(CB) 전환가액을 1912원에서 1563원으로 내렸다. 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지면서 발행되는 신주 수가 156만9037주에서 191만9385주로 35만348주(22.32%)나 늘었다.
인스코비가 세종상호저축은행을 대상으로 30억원 어치의 CB 발행에 나선 것은 지난 6월이다. 용처는 운영자금 조달 목적이다. 세종상호저축은행이 인수한 이 CB는 표면 이자율 7%, 만기이자율 7%에 채권만기 3년의 조건이다.
문제는 채권자가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다. 인스코비는 누적손실로 재무구조가 열악해 원금 상환조차 쉽지 않다. 이번 C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을 각각 7%로 설계해 채권자가 만기시까지 보유해야 하는 안정장치도 없다. 풋옵션은 내년 6월19일 이후 행사가 가능해 당장은 이자 걱정이 더 크다.
약정상 이자는 발행 다음날부터 매 3개월마다 지급한다. 30억원을 투자한 세종상호저축은행에 대한 1년 표면이자가 2억1000만원이어서 인스코비는 원금상환일까지 3개월 마다 5250만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세종상호저축은행이 만기시까지 CB를 들고 있는 경우 이자비용만 총 6억3000만원에 달한다.
인스코비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액이 32억원으로 매출액 33억원에 육박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2억원으로 이번 CB 원리금(36억원) 보다 낮다. 현금유입도 2005년 이후로 연속 마이너스다. 영업과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올 상반기 말 기준 각각 마이너스 54억원, 마이너스 57억원이다. 들어오는 돈 없이 나가는 돈만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금난 속에서 돈 새는 구멍은 많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23억원 어치 매출채권 가운데 대손충당금을 17억원으로 잡았다. 전체 외상매출의 72%를 떼였다는 얘기다. 영업외 거래에서 떼인 금액은 더 많다. 단기대여금 64억원 중 62억원을, 미수금 19억원 중 15억원을 못받을 돈으로 인식했다.
누적 손실로 결손금은 2012년 599억원, 2013년 671억원, 2014년 751억원으로 불어났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자본금 311억원에 결손금이 835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자본잠식에 빠졌다.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30%에서 올 상반기말 42%로 증가하며 50%에 근접하고 있다. 반기말과 사업연도말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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