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나라사랑교육' 269.5배 늘려 편성 요구했다 기재부 심사서 삭감돼 논란...이념편향 지적받아온 나라사랑교육 예산 5000여억원 증액 시도..야당 등 "총선 앞두고 대국민 사상 교육용?" 의혹 제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12년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고 '이념대결'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했다는 의혹이 받고 있던 국가보훈처가 이번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념 편향 지적을 받던 '나라 사랑' 교육 예산을 이전 대비 269.5배나 더 올려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광주 북구갑)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지난 6월4일 기획재정부에 나라사랑교육 관련 예산으로 무려 5484억4800만원을 요구했다. 이는 올해 관련 예산인 20억3500만원의 269.5배에 달한다.
보훈처는 이 예산으로 초중고ㆍ대학생 등 청소년 대상 '나라사랑' 교육을 올해보다 대폭 확대해 실시한다는 계획이었다.
전국 초중고교에 연봉 3000만원짜리 호국안보 전담 교사를 배치(3233억4000만원)하고, 현재 120명인 나라사랑 전문강사단을 2000명(240억원)으로 늘려 올해 600회인 나라사랑 교육 횟수를 9만5000회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전국 초중고의 3%를 나라사랑 연구학교, 10%를 나라사랑 실천학교로 지정하고, 청소년 나라사랑 체험교육에 654억원, 나라사랑연수 위탁교육에 534억900만원, 나라사랑 교육자료 및 프로그램 개발에 260억 5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전국 대학의 10%를 나라사랑 특성화 대학(41억3000만원), 전국 유치원의 10%를 나라사랑 꾸러기 유치원(106억3400만원)로 지정해 관련 예산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보훈처의 이같은 계획이 실행되지는 않았다. 기획재정부 예산 심사에서 대폭 삭감돼 83억9700만원으로 확정됐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선 정치편향ㆍ대선개입 논란을 빚어 온 보훈처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나라사랑 교육을 대폭 강화하려한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전 국민을 상대로 사상교육을 벌이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박승춘 보훈처장은 지난 2013년 1월 중앙보훈회관에서 한 강연에서 "국방부는 군사대결 업무를 하지만 이념 대결 업무는 어디서 합니까?"라며 "제가 2년 동안 국가보훈처가 국민의 안보 의식을 함양시켜서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선제 보훈정책을 추진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 국가보훈처가 이 업무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부서"라고 말했다.
보훈처는 또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야당을 종북ㆍ좌파 친북세력으로 모는 내용의 교재를 활용해 전국 보훈지청에서 일반인 16만3000여명, 학생 6만3000여명 등 총 23만7000여명을 상대로 안보교육'을 실시했다.
이에 강기정 의원 등에 의해 지난 2013년 11월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됐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강 의원은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은 그 동안 강사들의 교육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한 집행으로 국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정치 편향성으로 대선개입 의혹까지 받았었다"라며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전 국민의 사상교육을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처럼 대폭 확대한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과거와 같은 불투명한 집행 등을 고집할 경우 국회 예산 심사에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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