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자원봉사단체 '컨츄리스마일' 단장 박세나
청년재능기부마케팅 영탤런트로 뽑혀
회원 3000명 전국 낙후지역 돌며 봉사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유난히 하늘이 푸르고 바람이 선선했던 지난 13일 부천 원미동 주택가 골목. 원미종합시장으로 통하는 그 길의 담장을 장식하던 형형색색의 종이 홍보물이 걷어지고 새하얀 페인트가 덧입혀졌다. 벽화 자원봉사단체 '컨츄리스마일' 회원들이 도안을 따라 빨강, 초록, 노랑 페인트를 칠하자 담장은 한 가족의 평온한 일상이 담긴 행복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1명의 회원이 꼬박 8시간을 걸려 마친 작업이었다.
이날 컨츄리스마일 회원 11명은 아침 일찌감치 부천 원미종합시장을 찾았다. 2011년부터 운영돼온 이 단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는 청년재능기부마케팅 2015 영탤런트 2기로 선발돼 벽화 부문을 맡았다. 이날 작업은 춘천 남부시장에 이은 두 번째 작업으로, 시장 내 상점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한 건물들과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그려 넣었다. 단체는 이번 주말 예정된 의정부 제일시장까지 포함 총 3곳을 꾸미게 된다.
현재 컨츄리스마일을 이끌고 있는 단장 박세나(30)씨는 벽화 봉사의 매력으로 '힐링'을 말했다. 이날 회원들과 함께 페인트 통을 뜯은 뒤 섞고 칠하는 작업까지 일일이 함께한 그는 "벽화를 그리는 작업이 노동이 아니라 바람 쐬러 나온 기분일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평일엔 웹퍼블리셔(개발자 겸 디자이너)라는 본래의 직업에 충실하지만 주말엔 벽화를 그리며 보람도 느끼고 스트레스도 푼다는 것. 3년 전 열댓 명에 불과했던 카페 회원이 어느덧 3100여명으로 늘어난 점도 자랑거리다.
그동안 이 단체가 진행한 80여회의 벽화 활동에 동참한 이들 가운데는 언어ㆍ청각장애인 등 신체 일부분이 불편한 이들도 있었다. 박 단장은 "사회에서 약자일 수 있는 그분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미술 전공이 아니거나 그림에 솜씨가 없어도 그 마음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벽화가 완성됐다"고 회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장소로는 전남 해남을 꼽았다. 단체의 첫 번째 방문지이기도 한 해남에 대해 그는 "워낙 소외된 지역인 데다 마을 전체를 작업하느라 총 30명이 3박4일에 걸쳐 벽화 작업을 마쳤다"면서 "마을 분위기가 환하게 밝아져갈수록 그동안 고생한 기억이 싹 잊히며 뿌듯한 감정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벽화 작업 특성상 주말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회원들이 각자의 시간을 적극 할애해주는 게 참 고맙다"며 "봉사를 통해 맺어진 인연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벽화 봉사는 페인트와 장갑 등 기본적인 비용만 지원금 형태로 받기 때문에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작업에 참여한 11명의 회원 가운데 7명은 직장인, 4명은 대학생이었다. 서울 화곡동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문기주(26)씨는 "조형예술학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미술 작업 자체는 친숙하다"며 "벽화 작업 자체가 재미있는 데다 완성된 그림을 보면 만족감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천대학교 봉사 동아리에서 나왔다는 노치민(22ㆍ물리학과)씨와 김나영(21ㆍ물리학과)씨는 "벽화 봉사는 처음인데 어렵진 않다"면서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경험인 데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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