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구대표팀 에이스…최고구속 110㎞
女최초 장충리틀구장서 홈런친 여중생 투수
프로데뷔가 꿈…여자야구 명맥이어졌으면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확실히 오빠들과의 힘 차이를 느꼈다. 제구가 뜻대로 안 되서 아쉽다"
여자 야구대표팀 마운드에는 여중생 선발투수 김라경(15ㆍ금암중)이 버티고 있다. 지난 15일 고척스카이돔 개장 기념 이벤트 경기로 서울대 야구부와 여자국가대표팀이 한판승부를 했다. 대표팀이 4-8로 졌다. 김라경은 세 번째 투수로 나서 1.2이닝을 던졌다. 남자선수들을 상대로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나이는 어려도 성인대표팀을 이끄는 어엿한 에이스다. '천재 야구 소녀'로 불릴 만큼 실력도 출중하다. 그래서 늘 '최초' 또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리틀야구에서 여자선수 구속이 100㎞(최고 시속 110㎞)를 넘기는 김라경이 처음이다. 또한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장충리틀야구장에서 홈런을 쳤다. 김라경은 "투수, 타자 둘 다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던지는 쪽이 좋다. 학교와 학원에 가는 시간 외에는 계룡시 리틀야구장에서 매일 개인 훈련을 했다"고 했다.
김라경은 지난 8월 28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2015 LG CUP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 타이완을 상대로 성인무대 데뷔 뒤 첫 승을 신고했다. 대표팀은 준우승했다. 일본의 벽에 막혔지만 세계 어느 팀과도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표팀은 내년 부산 기장에서 열리는 여자야구월드컵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라경은 "요즘엔 변화구를 다듬고 있다. 커브와 슬라이더를 익힌다. 내년 월드컵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항상 밤에 나가 40분씩 달리기와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개인 훈련을 한다"고 했다. 대표팀을 지도하는 김성익(34) 코치는 김라경을 바로 곁에서 지켜봐왔다. 그는 "(김)라경이가 몸 관리를 좀 더 잘해줬으면 아주 좋겠다. 중심이동이 좋지만, 기복을 줄여야 한다. 경험도 더 쌓아야 한다. 주말에만 야구를 하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야구선수의 길, 어린 여중생이 감당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 당장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야구를 관둬야 할지 모른다. 여자선수가 본격적으로 야구할 수 있는 고등학교, 대학 팀이 없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가까운 미래에 당당하게 마운드에 설 자신을 그려본다. 여자로는 최초로 프로야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솔직히 걱정된다. LG컵 대회가 끝난 뒤 고민이 더 많아졌다. 누구든 한 명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선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여자야구가 활성화 됐으면 한다. 어른들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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