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검사제재 개혁 이끄는 김연준…치밀·터프한 업무스타일로 정평
금융위 첫 여성 홍보팀장 이석란…'발로 뛰는' 현장점검반 1기 활동
배지숙, '비조치의견서 활성화' 금융사·당국 벽 허물어…법제처 출신 전문성 발휘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한국의 금융정책 1번지 금융위원회에 여풍(女風)을 예고하는 3인이 있다. 김연준 금융제도팀장과 이석란 정책홍보팀장, 배지숙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이 그 주인공이다. 과장급인 이들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끄는 '금융개혁' 일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김연준 금융제도팀장은 '금융 검사제재 개혁방안'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금융사들에 과징금ㆍ과태료를 확대하는 검사제재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권리장전, 반론권 강화 등 금융사 임직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금융개혁회의를 진행하면서 '금융개혁을 위해선 금융당국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일성을 전하기도 했다. 김연준 과장은 "아무래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라서 전 국민적 관심은 덜하지만 금융당국이 선도적으로 변하는 것이 금융개혁의 핵심이라고 보고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고시 44회 출신인 김연준 과장은 금융위 내부에서 '빈틈없는 업무처리'로 신임을 얻고 있다. 치밀하고 꼼꼼한 업무솜씨 덕분에 금융개혁 추진과정에서도 묵직한 업무를 맡게 됐다는 평가다. 재경부 사무관 시절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 양허안을 만든데 이어 대부업 검사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전국의 대부업체에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광범위한 업무를 소화해 온 점도 눈에 띈다. 주요 부서로는 중소금융과,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 금융관행개선2팀장 등을 거쳤다. 현 정부가(삭제) 초기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돼 '창조경제'의 탄생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후문이다.
금융위의 한 과장은 "저축은행 사태 때 금융위가 대형 저축은행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데도 담당 사무관으로 큰 역할을 했었다"며 "업무스타일이 치밀하면서도 터프해 함께 일하는 선배들이 사무관 시절부터 많이 신뢰했다"고 전했다.
이석란 정책홍보팀장은 금융위의 첫 여성 홍보팀장이다. 김 과장과는 행시 44회 동기로 중소서민금융과, 전자금융팀, 보험과, 은행과, 연금팀장 등을 거쳤다. 금융위는 2008년 3월 설립된 후 홍보팀장 자리에는 남성만 9명이 거쳐갔다. 금융위 정책홍보팀장은 내부에서 소위 '에이스'로 꼽히는 이들만 이름을 올린다. 이석란 과장은 금융위가 고른 후보들 중 유일하게 여성이었지만 적극적으로 희망의사를 표시했다. 임 위원장은 이러한 '패기'를 높게 사 홍보팀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란 과장은 지난 6월까지 '금융개혁'의 일환인 '현장점검반'에서 금융투자팀장을 맡아 금융현장을 발로 뛰기도 했다. 현장점검반 1기로 활동하면서 금융회사의 건의사항을 2주만에 회신하는 '신속ㆍ적극ㆍ성의' 원칙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는 온화하고 털털한 성품 덕분에 금융위 내부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금융위의 정책홍보 담당자는 "부지런하고 묵묵히 맡은 바 일을 해내는 스타일로, 내부적으로 일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평했다.
배지숙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법제처 출신으로 지난해 초부터 부처간 인력 교류에 따라 금융위에서 근무하고 있다. 행시 41회 출신인 배지숙 과장은 금융위 내 여 과장 중 유일하게 직제상으로도 과장으로 올라있다. 그는 금융개혁 추진 과정에서 금융위의 '레거시(유산)'을 만드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법제처에서 근무했던 전문성을 살려 법령해석과 비조치의견서를 활성화 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금융회사와 금융당국간의 높은 벽을 허무는 역할이다.
배 과장은 "법령해석, 비조치의견서 제도를 전면 개선 하고 올해부터 새롭게 시행하면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간의 소통창구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직접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국회ㆍ언론과도 소통을 해야 하는 금융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세 여성 과장들에게 거는 내부의 기대는 상당하다. 고위급 여성의 비중이 적다는 세간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금융위에서 이들은 '여풍'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이 취임 직후 금융위 여성 팀ㆍ과장과 별도의 오찬을 가지면서 '섬세함'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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