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블로그]'래미안'의 미래

시계아이콘01분 42초 소요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의 주소를 알려주면 깜짝 놀라곤 한다는 얘기가 있다. 팰리스(궁전)나 캐슬(성) 같은 아파트 브랜드 때문에 “왕족이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아파트 브랜드가 일반화됐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현대아파트’처럼 건설사명이 곧 아파트 이름이었다. 2000년대 들어 삼성물산이 ‘래미안’을 내놓으면서 비로소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열렸다. 이 때부터 아파트는 단순히 사는 집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표상처럼 치부됐다. 삼성이 초기에 광고 문구로 삼은 것이 바로 ‘당신의 이름이 됩니다’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물질에 대한 욕망이 노골화돼 가는 시점에 아파트 브랜드를 동경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 '이름표'를 달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이후 롯데는 아예 대놓고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고 광고했다. 롯데의 아파트 브랜드가 바로 캐슬이다.


'반도체 신화'처럼 한국에서 '아파트 신화'를 일구어온 것이 삼성이고 래미안이다. 그런 래미안의 미래를 놓고 최근에 말들이 무성하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건설 사업을 접을 것이란 '카더라'성 추측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삼성물산 측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재편 방향을 보면 그런 추측이 나올 법도 하다. 그룹의 역량을 미래 성장성이 크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는 전제로 봤을 때 건설업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과 반도체에 더해 사물인터넷, 모바일 솔루션, 의료·바이오 등을 신성장 분야로 보고 있다. 반면 건설업은 최근 주택시장이 활황이지만 향후 지속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삼성물산 스스로도 수주를 자제하고 있다. 해외 건설 역시 수익성 면에서 빛이 바래간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가량 줄어든 10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영업이익 12조8773억원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편으로는 걸핏하면 담합 등으로 과징금을 부과 당하고 각종 비리에 빠지지 않는 게 건설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이나 구글 같은 첨단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 달가운 이미지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당장 래미안의 종언을 논하는 것은 분명 섣불러 보인다. 삼성물산이 주택 부문에서만 이미 쌓아둔 수주 잔고가 13조원에 이르고 최근에는 9000억원 규모의 신반포 통합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서초동 일대 최고 알짜 중 하나인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시공권 수주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업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내실있게 하겠다”는 게 삼성물산이 표방하는 바다.


그룹 공사 물량을 위해서도 건설업은 필요해 보인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같은 공사를 다른 그룹 건설사에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전자 산업은 보안이 생명이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합병 과정에서 겪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분쟁이다. 힘들게 합병을 마무리지어놓고 또 다시 무리하게 건설 분야를 구조조정하려 했다가는 어떤 공격이 날아올 지 모른다.


다만 전환기를 맞은 삼성에서 건설업의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 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439명, 6%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향후 제일모직 건설 부문과 중첩되는 조직의 재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일이라도 되지 않는 한 건설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머리 속 바구니에 건설이 빠져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래미안이라는 이름은 '미래(來)의 아름답고(美) 안전한(安) 주거공간'을 의미한다. 정작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미래는 아름답고 안전할까.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