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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WHY?]국감 스타는 왜 '멸종'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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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튀어야 산다' 국정감사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올해에는 어떤 쇼(Show)가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올해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은 좀 더 과감하고, 깜짝 놀랄만한 이색 아이디어를 꺼내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피감기관들로서는 공포의 시즌이기도 하지만 의원들은 '국감 스타'의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발칵 뒤집는 국감 스타는 시나브로 종적을 감췄다. 의표를 찌르는 논리와 깜짝 놀랄 증거로 세상을 놀래키는 대신 국감장 소품이 인터넷 포털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는 반짝 스타만 양산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에 뉴트리아를 가져왔다. 당일 파행으로 진행된 탓에 뉴트리아는 국감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뉴트리아는 7ㆍ30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뒤늦게 입성한 김 의원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데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국회 WHY?]국감 스타는 왜 '멸종'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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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은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쇼'를 보여주기 위해 여는 자리가 아니다.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국감 시즌이 되면 의원회관은 불야성으로 바뀐다. 의원실에 가도 보좌진들은 산더미 같은 서류 뭉치에 얼굴을 파묻고 있을 정도다. 이 때 국회 보좌진들은 공무원이나 상임위 산하 기관 등과 전화로 입씨름을 벌여가며 자료제출 여부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고, 문제점과 개선책 찾기에 분주하다. 다른 의원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의원과 보좌진들은 사무실에 침대를 두고 숙식을 해결하며 밤샘 근무를 하거나, 근처 사우나에서 잠깐 씻고 나와 다시 일을 한다.


쇼로 비쳐질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사실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크다. 쇼보다야 행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하지만 소속 상임위원회 다른 국회의원들이 비슷비슷한 질문들을 하기 때문에 '한 방' 있는 아이템을 내놓지 못할 경우 차선책으로 '쇼'를 기획하는 것이다.

의원들이 언론 보도 등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얼마나 언론에 자주, 잘 노출되는지가 의정활동의 성적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좋은 의정활동을 했다는 평가는 결국 '표'로 이어진다.


국감이 끝나면 소속당과 여러 기관, 언론 등에서 우수 국감 의원을 선정한다. 대체로 언론에서 얼마나 다뤄졌는지와 국감 참석율 정도로 결정된다.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일종의 인내력과 타이밍의 문제지만, 언론에 나오는 건 다르다. 이 때문에 의원실들은 언론에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을 교환 조건으로 특정 언론에만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이 이렇게 목을 매는 건 방송에 나오면 몇 점, 신문 1면에 나오면 몇 점 하는 식으로 점수가 계량화돼 채점되기 때문이다. 국감 때가 되면 의원이 "올해 지상파 방송 몇 건만 나가자"라는 숙제를 내리고 보좌진들의 마음은 바빠진다. 우수 국감상을 수상한 의원 뒤편에는 보좌진들의 땀과 눈물이 숨어 있는 것이다.


국감 관련 언론보도는 피감기관을 강하게 성토할 수록 무조건 좋다. 뉴스를 안 보는 유권자를 위해서 큼지막하게 대서특필된 의원의 국감 기사는 의정보고서를 꾸미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의원도 보좌진도 이렇듯 국감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국감 스타로 떠올랐던 때와 오늘의 실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정부의 큰 잘못을 고발하고 국민들이 답답한 마음을 '소화제'처럼 뚫어주는 일들은 좀처럼 국감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진짜 국감 스타는 사라진 것이다.


이유는 일차적으로 과거와 달리 정부의 철벽수비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2년간 국회 보좌관 생활을 한 이진수 보좌관(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은 자신의 책 '보좌의 정치학'을 통해 과거에 비해 행정부에 대한 의미있는 정보 접근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회의 자료 요구와 내부 제보자인데 이들 모두 철저히 봉쇄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는 군사ㆍ외교ㆍ대북관계의 국가기밀이 아닌 한 내놔야 하지만 요즘은 불리하다 싶으면 자료 자체가 없다고 온갖 핑계를 댄다는 것이다. 기관들은 국감 전날 자료를 제출해 의원실의 공세를 차단하기도 한다. 지난해 국감의 경우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감사원으로부터 단 한건의 자료도 제출받지 못했다. 90건에 이르는 자료가 국정감사 전날 저녁에 들어왔기 때문에 자료 수령을 거부했다.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 조치 등이 뒤따라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여당이 고발 등에 소극적이어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내부고발자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행정부나 공기관 내부 구성원이 국회의원에게 정보를 제보했는데 이제는 모든 업무가 전산화되고 자체 보안마저 강화되면서 자료 유출 가능성이 원천 차단되고 있다. 진실 공개에 인생을 거는 내부고발자도 찾기 어려워졌다.


국회가 행정부를 비판하는 역량에 비해 행정부의 대응 능력이 비약적으로 더 강화된 것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의 경우 제한된 인원에 불과할 뿐 아니라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기보다는 의원의 상임위원회 배치에 따라 달라지고, 국감 등 정책 업무 외에도 지역구 관리 등을 맡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국감 등에서 다뤄야 하는 내용의 전문성과 복합성도 커져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에는 정책적 역량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미래창조과학위원회의 경우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뿐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도 담당한다. 방송과 통신, 과학기술 정책 뿐 아니라 원자력 정책까지 담당하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히 국감을 진행하며 피감기관의 실책을 찾기 위해 해당 피감기관에 의존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생긴다.


이외 걸핏하면 여야 정쟁으로 가는 것도 국감 스타탄생을 가로 막는다. '한 방' 터질 수 있는 사안도 여야 정쟁의 프레임에 빠지면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ㆍ견제라는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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