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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인플레…"시급 도배사만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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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회계사 늘지만 일감은 그대로…경쟁심화에 감사보수는 줄어
4대 회계법인 1년간 퇴사율 20%…1만7000명 회계사 회원중 6000여명이 휴업
CPA 지원자수도 4년새 28% 줄어


회계사 인플레…"시급 도배사만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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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코스닥 상장사 재무팀장을 맡고 있는 A씨는 3년 전만 하더라도 대형 회계법인에 소속된 5년차 회계사였다. 당시 A씨는 일하는 시간 대비 처우를 못 받는다고 생각했다. 1년 중 쉴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특히 감사업무가 집중되는 1~3월엔 주말도 없었다. 새벽 2~3시에 퇴근했다 아침에 출근하기 일쑤였다. 2~3일간 1년치 회계처리를 보던 감사업무도 수박겉핥기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일반 기업체행을 택했다. 회계사 업무에 대한 작은 미련은 남아 있다. 하지만 근무 여건이 나아지고 보수 또한 늘어난 것에 그는 만족감을 느낀다.


#9년차 대형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회계사 B씨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매년 회계사는 늘지만 일감은 늘어나지 않는 구조에 경쟁이 치열해졌다. 예전에는 계속 일하면 임원도 꿈 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삼일ㆍ삼정ㆍ안진ㆍ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이 안정적인 근무처란 얘기는 옛말이 됐다. 주변에서도 5~10년차 경력의 회계사들이 이탈하는 걸 보면 더 불안해진다.

전문직으로 불리던 회계사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일반 회사원만 못하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열심히 공부해 전문 자격증을 따도 수입은 자격증 없이 입사한 대기업 직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회계사들이 우대를 받았고 연봉도 대기업보다 높았지만, 요즘 회계사들의 초봉은 기본급과 성과급을 합해 3500만~4000만원 정도로 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보수는 높아지지 않으면서 업무강도만 세지다보니 회계사는 어느새 선망의 대상보다는 노동 강도가 높은 직업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불공정 주식거래로 적발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혐의자들은 모두 경력 3~4년의 젊은 회계사들이었다. 적발된 9명은 회계감사에 참여하며 취득한 상장법인의 영업실적 정보를 장기간 공유하며 주식 매매에 이용해 7억6300만원 규모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회계사가 감사 대상 회사 정보로 주식거래를 하다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이 사례에 대해 "오죽했으면"이란 반응이다. 보수가 낮아지며 전문가적 윤리까지 상실하게 된 것 아니겠냐고 씁쓸해했다.


회계사 이탈 현상도 잦아졌다. 실례로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뽑은 50명의 대졸 신입직원 중 무려 16명이 공인회계사였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4대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5155명 중 961명이 법인을 떠나며 20.17%의 퇴사율을 보였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회계사 회원 1만7670명 중 6236명(35.29%)이 휴업 상태다. 회계법인이나 감사인을 떠나 회계업무를 하지 않고 기업체 등에 취직한 이들이 3분의 1을 넘는다는 얘기다. 10년 전인 2005년 6월말 회계사 수는 8531명으로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고, 휴업자수는 2118명으로 전체의 24.82%로 지금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이에 가장 규모가 큰 삼일회계법인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올해 5월 매니저급(5~9년차) 직원들의 월급을 50만원씩 인상하기도 했다.


회계사의 주 업무인 감사로 인한 보수도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장사의 시간당 평균 감사보수는 2009년 8만3200원에서 2014년 7만4743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사들이 시간당 버는 게 도배사만 못하다고 한다"며 "감사보수도 개인 몫이 아닌 법인이 가져가는 거라 실제 받는 금액은 더 떨어진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은 한정적인데 사람이 늘어나니 회계사 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다보니 공인회계사 지원자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응시자 수는 2011년 1만2889명에서 올해 9315명으로 4년 새 28%가량 줄어들었다.


회계감사의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대형 4대 회계법인과 나머지 회계법인들의 감사 품질이 차별화됐지만 우리나라는 품질이 비슷하다"며 "그렇다보니 회계법인들끼리 가격경쟁을 하게 되고 우수 감사인들은 시장에서 빠져나오며 열등재만 남아 품질이 다시 훼손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4대 회계법인의 점유율도 하락세다. 지난해 전체 회계법인 매출액 2조2417억원 중 4대 회계법인의 매출액 비중은 1조1947억원으로 53.3%를 차지, 전년보다 1.5%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회계법인중 4대 회계법인의 매출액 비중은 2012년 55.5%, 2013년 54.8%, 2014년 53.3%로 매년 감소세다.


<관련기사>
회계사 "분식회계 누명까지 쓰니 억울해"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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