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제주와 북한을 연결하는 '평화크루즈'가 향후 남북 민간교류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 한국, 북한, 러시아를 잇는 크루즈라인이 만들어질 경우 상징적 의미는 물론, 경제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26~28일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제안된 평화크루즈는 제주와 북한의 원산 또는 남포 등을 크루즈노선으로 연결하는 것을 가리킨다.
포럼에 참석한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평화크루즈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최근 북한과 (공동보도문) 6개항을 발표한 것에도 '민간교류'가 포함돼 있고, 남북 간 긴장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 등 다른 항과 연계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3단계 전략은 먼저 중국국적 크루즈가 북한 도시에 기항해 물꼬를 트고, 이어 한국인이 탑승한 외국국적 크루즈가 북한 도시에 기항한 후, 한국국적 크루즈로까지 확대하는 수순이다.
중국 톈진에서 시작해 북한 남포를 거치는 서해안라인, 상하이에서 출발해 원산, 나진·선봉,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기항하는 동해안라인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제주, 부산, 속초 등이 주요 기항지로 꼽힌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현재 북한은 아시아 168개 기항지 중 유일하게 크루즈라인에서 배제돼 있다"며 "(평화크루즈가 출항한다면) 아시아의 일원으로 소통과 개방의 길을 열게될 것"으로 기대했다.
평화크루즈 출범을 위해선 한국국적의 크루즈선사 출범도 필수다. 유 장관은 "연내 대한민국 국적의 크루즈선사 법인이 출범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본격적인 국적크루즈를 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과 한국, 북한, 러시아 등을 잇는 평화크루즈가 탄생할 경우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북한 역시 평화크루즈 구상에 부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크루즈 관광객은 2008년 43만명에서 지난해 190만명으로 6년간 무려 4.5배 늘었고, 2020년에는 중국 시장만으로 4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쑨 치앤진 보하이크루즈 부사장은 "러시아와 북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모든 국가를 거치는 노선이 나오는 것은 모든 국가들이 원하는 일"이라며 "서해안 라인과 동해안 라인 모두 노선개발이 가능해 충분히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직 한국관광공사 남북관광센터장 역시 "북한은 외화벌이가 가능하고, 한반도 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정치·군사적 문제와 이에 따른 안전 우려는 걸림돌이다. 앞서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사건이후 금강산관광은 전면 중단됐다. 추원서 남북물류포럼 수석부회장(경기대학교 초빙교수)은 "가장 큰 장애물은 정치·군사적 문제"라며 "승객과 승무원의 신변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귀포(제주)=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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