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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자리 독촉' 번지수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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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파워기획] 정부·기업, 산업경제 마인드론 미래경제 못살린다

제조업 붙들고 고용창출 외치는 건 효과없어
서비스업 쪽에 힘 실어줘야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지난해 6월 중국의 고용시장은 폭스콘발(發) 뉴스로 들썩거렸다.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 생산하는 폭스콘이 아이폰6를 본격 생산하기 위해 10만 명의 생산인력을 모집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10만 명을 한꺼번에 채용하는 것은 세계 경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폭스콘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업체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단순 하청업체 이상이다. 폭스콘은 중국에서 35개 공장을 운영하면서 중국인 14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민간 기업으로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단순히 직원만 많이 고용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140조원으로 같은 기간 현대차의 매출액(89조원) 보다 많다.


반면 폭스콘의 주요 원청업체인 미국의 애플이 전 세계에서 고용하는 인원은 11만5000명이다. 본사 인력은 2만여명에 불과하다. 애플이 연간 120억 달러를 투자하지만 아이폰 조립, 생산은 물론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부품을 중국, 대만, 한국 등지에서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내 일자리 기여도는 적다. 중국, 대만, 한국 등의 국가에서만 일자리창출에 기여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애플은 이를 부의 재분배, 글로벌 시대의 신 자본주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건비가 싼 신흥국에서의 생산을 통해 이들 국가에 애플의 이익을 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내놔라" 업체 가리지 않고 획일적 요구
오히려 제조업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惡手
애플 하청사 폭스콘 중국서 140만명 고용하는 것 보라


이는 삼성전자와 확연히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달리 갤럭시폰 조립 생산은 물론 관련 부품도 계열사에서 조달하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폭스콘와 애플이 결합된 구조다. 연간 23조를 투자하는 전 세계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계열사의 고용인원은 30만명. 이중 약 10만명이 한국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일자리 기여도는 애플보다 많고 폭스콘보다 적다. 투자규모 순위로 보면 삼성-애플-폭스콘순이지만 일자리 기여도는 폭스콘-삼성-애플순이다. 이익순은 애플-삼성-폭스콘이다.


폭스콘, 애플, 삼성전자의 사례는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면 투자가 확대되고, 이는 다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더이상 정설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이같은 경제학 원론이 제조업에서는 구문이 됐다.


이같은 상황에 맞춰 경영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와 같이 인건비가 높은 경우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모순일 수 있다는 것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102조를 투자한 국내 30대 대기업 계열사들의 고용 증가는 8000여명에 불과하다. 해당기업들의 총 고용인원 100만명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고용 증가는 현대차 그룹(5479명)과 신세계(3617명), 효성(1065명) 등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55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투자확대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고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단면이다.


이는 제조업의 달라진 노동형태에 기인한다. 25일 준공한 SK하이닉스 M14라인의 경우 15조가 투입되지만 라인신설로 늘어난 일자리는 최대 2000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모니터를 통해 라인을 통제하는 정도다. 지난 2014년 완공한 롯데주류 클라우드 맥주공장의 경우 연간 10만㎘의 맥주를 생산하지만 직원은 196명에 불과하다,(정규직 136명, 비정규직 60명).


재계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구가 업종에 관계없이 획일적이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이 자동화된 라인을 확대하는 기업의 경우 투자확대만큼 일자리창출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구가 또다른 족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투자확대에 따른 지역경제활성화, 후방산업 수혜 등의 파급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확대만큼 일자리가 만들어 지지 않다보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이 본업 외에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사업에 진출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획일적인 일자리 창출 요구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가 제조업에 대해서는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게끔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은 서비스업 등에서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2롯데월드를 꼽았다. 롯데그룹은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제2롯데월드에 들어서는 오락, 쇼핑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2만 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2롯데월드가 건설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규제를 푸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기업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2만 개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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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총 투자비 9200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점포로, 오픈에 따른 직.간접 고용인원만 3000명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최근 오픈한 이마트타운(이마트 트레이더스 포함)은 직영사원 약 500명, 장단기 협력사원을 포함하면 1200명 정도가 근무 중이다.


대기업들의 사내 벤처를 통한 스타트업 육성도 고용창출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본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강소 기업들을 육성,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연구 프로젝트인 'C랩'의 우수과제를 선정해 스타트업 창원을 지원한다. 주요 대기업들은 전국에 있는 17개 창조경제센터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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