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개발프로젝트에서 '서해뱃길' 연결 빠진 속사정..."경인아라뱃길 그냥 놀릴 수 없어" vs "자연생태복원하려면 신곡보 철거해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태풍 고니의 간접 영향으로 비가 내리던 25일 오전. 한강에 예정에도 없던 배 한 척이 떴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부랴부랴 마련한 뱃편이었다. 수공은 이 배에 서울시 출입기자단을 태우고 여의도 선착장을 떠나 김포 갑문을 거쳐 경인아라뱃길 끝에 위치한 경인항까지 약 20여km구간을 운행하며 자신들의 한강-서해뱃길 연결 사업을 설명했다. 여의도 선착장도 자체 예산으로 새로 짓고 1000t급 여객선을 투입해 여의도~아라뱃길을 운항할 계획인데, 연간 30만명 이상이 이용해 전날 정부ㆍ서울시가 발표한 한강 관광자원화사업과 연계돼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정부ㆍ서울시는 한강 여의도에 700t급 통합선착장을 만들어 한강을 오가는 리버버스(초고속 페리)를 운행하겠다는 계획으로 선착장 규모만 좀 키우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요컨데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데 왜 안 끼워주냐'는 하소연이었다. 이와 관련 정부와 시는 지난 21일 사전 설명회에서 수공의 서해뱃길 연결 사업에 대해 환경파괴 우려 등 '한강시민위원회'의 반대를 거론하면서 추후 사회적 여론 수렴을 거쳐야 할 과제라고만 밝힌 상태다. 시가 한강의 올바른 보전ㆍ발전 방향 모색을 위해 만든 민관 거버넌스조직 한강시민위원회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의 '서해뱃길 사업' 부활 우려, 한강 밤섬 생태계 악영향ㆍ안전성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는 게 당시 시ㆍ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수공은 이날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강력 반박했다. 오 전 시장의 서해뱃길 사업은 3000t급 이상의 대형 배를 띄워 중국과 오가겠다는 것이지만 자신들은 1000t급 소형 여객선을 띄워 인천 앞바다까지만 운행하는 것으로 전혀 무관하며, 밤섬 생태계 악영향도 배의 운항 속도 등을 고려할 때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공은 2014년 정부 예산으로 마포대교 구간에 1000t급 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준설이 완료됐고, 시가 안전성 보완을 명분으로 요구한 신규 선착장 건설 예산 56억원을 이미 세워놓았으며, 서울시민들도 지난 3월 모바일여론조사결과 72%가 찬성했다는 점도 설명했다.
또 여객선이 운행할 경우 해당 선사(현대크루즈)에선 김포터미널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개장과 중국 관광객 등이 몰려 연간 약 30만명 이상의 이용객이 몰리는 등 한강 관광ㆍ여객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무엇보다 이날 기자들의 뇌리에 파고 든 한 마디는 "아라뱃길을 그냥 놀릴 수는 없지 않느냐"는 한 관계자의 비공식적인 멘트였다. 아라뱃길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시범 격으로 2조6000여억원을 투입해 건설됐지만 화물 운송량이 예측치의 10분1에도 미치지 못하고 관광객 유치 효과도 예상보다 훨씬 저조해 '유령 운하'로 불리고 있다. 수공 입장에서는 어떻게 든 한강과 연결시켜 관광객을 끌어와 '실패한 사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공은 특히 이같은 점들을 근거로 시가 허가만 해주면 오는 9월부터 현재 설치된 임시선착장에서 시범 운행을 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에 동승한 수공 관계자로부터 이같은 호소를 들으면서 기자들의 머릿 속에는 의문표가 연달아 떠올랐다. 우선 "수공의 말대로 별도의 투자없이 '숟가락'만 얹으면 되고 시너지 효과도 상당한 사업이라면 서울시나 정부도 이번 한강 사업 발표에 끼워주지 않았을 리가 없을 텐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게다가 유령 운하로 전락한 2.6조짜리 경인아라뱃길을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수공의 명분은 상당한 호소를 발휘했다.
하지만 이같은 의문은 기자들이 탄 배가 한강에서 벗어나 신곡수중보 직전에 위치한 김포 갑문을 통해 아라뱃길로 들어설 즈음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한 수공 관계자의 우연한 언급 때문이었다. 그는 "서해뱃길은 신곡보의 존재를 전제 조건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한마디를 던졌다. 기자들에게 마치 '죽비 소리'와 같았다. 수공의 서해뱃길 연결 사업과 같은 한강 대형 여객선 운항 논란이 사실은 신곡수중보 철거 논란과 직접적으로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다.
즉 현재 한강의 수심이 대형 여객선이 다닐 정도로 유지되는 것은 신곡보 덕분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신곡수중보가 철거 되면 한강의 수심이 1~2m 낮아져 대대적 추가 준설이 없다면 여객선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바로 이 신곡수중보에 대해 한강시민위원회 위원 상당수와 시민ㆍ환경단체들이 '생태계 복원ㆍ수질 개선'을 위해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를 철거해 유속을 빠르게 만들어야 한강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특히 올 여름 한강 상류의 심각한 가뭄과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한강 상수원 취수지점까지 녹조가 심하게 번지는 바람에 신곡수중보를 철거해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였다. 반대로 취수장ㆍ선박 수심ㆍ지하 수위 등 확보와 바닷물 역류 방지, 간첩ㆍ잠수정 침투 방지 등 목적이 아직 유효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공의 계획대로 서해뱃길 사업이 시작되면 신곡수중보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명분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한강시민위원회의 상당수 위원들이 수공의 서해뱃길 연결 사업 계획을 좋게 볼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날 수공의 선상 브리핑을 통해 한강-서해뱃길 연결 사업을 둘러 싼 갈등에는 한강을 어떻게 보전ㆍ관리ㆍ개발할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새삼스럽게 확인됐다. 즉 한강을 관광자원으로 보고 개발할 것이냐, 자연생태계를 보전ㆍ복원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냐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오래된 갈등이 한강-서해뱃길 연결 사업 논란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우선 수공의 1000t급 여객선 운행의 사업성이 얼마나 있냐를 객관적으로 정밀하게 따져 봐야 하며, 신곡보 철거로 인한 효과 등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며 "한시적 운항 등 개발ㆍ자연생태계복원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쪽으로 타협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든 의문은 "그렇다면 수공이 시가 만든 통합선착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700t급 여객선을 투입하면 되지 않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수공 측은 "선박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후 중고 선박 구입시 선령 등 안전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가격이 2~3배 이상 뛴 데다 그나마 구하기도 어렵고, 새로 배를 건조하자니 예산ㆍ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수공 측이 지나치게 여객선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번째 의문은 수공 측이 제기했다. 한강시민위원회에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으면서 정치적 이유로 수공의 서해뱃길 연결 사업에 비토를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실제 이날 서울시 출신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4대강 반대' 전력을 가진 시민위원회 위원들의 신상을 '폭로'하면서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수공 직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서울시의 반대 입장에 정치적 배경이 없을 수 있겠냐"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고 판명난 아라뱃길 사업을 강행해 실패를 자초해 놓고 이제와서 '정치적 희생양' 행세를 하려든다. 전형적인 정략적 접근"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편 수공 측은 이날 설명회에서 여객선사 측의 사업성 평가 외에는 경제성 분석 등 객관적 판단 기준을 내놓지 못했다. 또 개장 당시부터 지적받아 온 수변 경관 부실 문제도 여전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약 2시간 안팎이 걸린 항해 동안 수공이 조성해 놓은 '수향8경' 등의 경관은 크게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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