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 "법 위반 없어도 가능한 범위 내 공개"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롯데그룹이 베일에 싸여있던 일본 계열사 지분구조 관련 자료를 20일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공시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이날 "롯데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토해보고 공시 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법령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응당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대외에 공개할 것"이라며 "자료를 허위로 제출할 시 검찰에 고발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공시 규정을 위반하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는 자본금의 5% 또는 5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시해야 한다.
이 공시에 관한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경우 검찰 수사를 거쳐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롯데가 최근 호텔롯데 지분 5.5%를 보유한 일본의 광윤사를 '가족회사'라고 밝히면서 그간 공시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롯데는 광윤사를 신격호 총괄회장과 무관하다고 공시해왔다.
만일 법 위반 사항이 없더라도 공정위는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감안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롯데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다.
롯데가 제출할 자료는 ▲그룹의 동일인(신 총괄회장) 및 동일인 관련자의 해외 계열사 주식소유 현황 ▲해외 계열사의 회사별 주주 현황(주주별 주식수ㆍ지분율)과 임원 현황 ▲해외 계열사의 타 회사(국내ㆍ해외 회사 포함) 주식소유 현황 등이다.
일각에선 롯데의 일본 계열사 파악이 주주들 반발 탓에 쉽지 않아, 제출 자료가 미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신 총괄회장에게 가할 수 있는 최대 제재는 '벌금 1억원'에 그쳐 공정위 조사 자체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일단 조사는 진행하겠지만 여론이 공정위에 무엇을 바라는지 잘 모르겠다"며 "기업 관련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면 공정위와 기업 피차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한편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지난 11일 대(對) 국민 사과에서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지분을 축소하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조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는 전날 상장을 준비 중인 호텔롯데가 국내외 10여개 증권사에 기업공개(IPO) 주간사 회사 선정에 대한 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