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14일 중국에서 별세하면서 지난 2012년 2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유산 관련 소송이 재부각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이 이 소송을 제기한 직후인 2012년 12월 별세 사유로 알려진 폐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가는 그 동안 형제간 유산상속과 관련해 다툼이 없었던 그룹이다. 하지만 2012년 2월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은 부친이 생전 제 3자 명의로 신탁해둔 주식(차명주식)을 셋째인 이건희 회장이 다른 형제들 몰래 자신의 명의로 변경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 824만 주와 삼성전자 주식 2만주, 배당금 1억원 등 약 7000억원을 나눠달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 회장 누나인 이숙희씨와 형 창의씨의 며느리 최선희 씨도 소송에 합류해 이 전 회장이 분할 요구 액수를 높이며 소송가액은 4조원을 넘었다.
2012년 2월 시작된 소송은 1년만인 2013년 2월1일 이건희 회장측 승소로 마무리됐다. 이 전 부회장이 재판에 불복하고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삼성그룹 상속 분쟁은 끝이 났다.
2년여간의 소송 과정에서 삼성과 CJ간 감정의 골은 매우 깊어졌다. 이 전 회장이 항소심에서 공개적으로 이건희 회장측에 재판이 아닌 화해ㆍ조정 절차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짓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건희 회장은 상속 소송이 삼성그룹 승계의 정통성에 관한 문제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은 형인 이 전 회장에 대해 "그 양반(이맹희)은 우리 집에서 쫓겨난 사람", "(이맹희씨는) 날 쳐다보지도 못하고 바로 내 얼굴을 못 보던 양반"이라는 등 거친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던 2014년 8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재현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내면서 CJ 쪽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동생과의 화해 방법을 찾지 못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이맹희 전 회장. 이번 별세를 계기로 삼성가와 CJ의 화해모드가 조성될지 주목된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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