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에 발목잡힌 롯데면세점…'내우외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주력 계열사인 롯데면세점의 발목을 잡았다. 격화된 집안싸움에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중인데다 정부까지 면세특허 백지화 카드를 내놓으며 압박하고 있다. 시장 상황도 급격히 냉각되는 분위기여서 업계 1위의 롯데면세점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말 허가가 끝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등 2곳의 재허가를 백지상태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재허가 평가에서 현재의 경영권 다툼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점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는 다음 면세점 허가 때 롯데의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백지화'는 이미 발표된 특허 재심사의 원칙이다. 관세청 역시 지난달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 발표와 함께 모든 특허 재심사는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태도가 롯데면세점의 '퇴출'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경영권 분쟁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경고'의 의미로 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특허권을 잃게 되면 지난 35년간의 인프라와 인력이 공중분해 되는 것"이라면서 "소공동과 월드타워점의 연간 매출은 2조6000억원 수준이며, 특허권은 회사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도 기업인 롯데면세점이 사업권을 잃게 되면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롯데면세점이 안팎으로 위기상황에 놓인것은 사실이다. 면세점은 마트, 백화점과 같은 대표적 유통채널로 소비자 선호도와 여론에 매출이 크게 움직인다. 일본어 이름을 쓴다거나 가족 간 대화가 일본어로 이뤄진다는 점, 지배구조상 일본기업이 최상위에 있다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이 내용을 해외 언론이 타전하면서 역사적인 문제로 일본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중국인들에게도 알려진 상태다. 중국인은 롯데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고객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상반기 매출이 이미 타격을 입은데다가, 여전히 해외 관광객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정부 주도로 신규시내면세점 3곳의 오픈일이 연말로 앞당겨지면서, 시장 경쟁은 예상보다 일찍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문화ㆍ관광시설을 겸비한 대형 복합면세점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리뉴얼 오픈을 준비중인 인천공항면세점은 높은 임차료와 관광객 감소 영향으로 적자가 전망되는 형국이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은 내수 부진과 시장경쟁 심화라는 외부 악재에 경영권 문제로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는 상황까지 겹쳤다"면서 "반 롯데 정서까지 확산되면서 유통채널로서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