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反 롯데 정서 모르고 있는 듯
롯데그룹, 불매운동과 반 롯데 정서 차단 주력…사장단 긴급회의 "그룹 정상화" 우선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사태로 촉발된 반 롯데 정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국내서 아버지를 앞세운 과도한 폭로전이 되레 역효과를 불러오며 '롯데=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지금과 같은 반 롯데 정서 확산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평생을 일궈 온 그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음에도 부자간 대결구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실제 신 총괄회장의 셋째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2일 신격호-동빈 부자간 만남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정서적인 분위기를 신 총괄회장이 아느냐는 질문에 "워낙 티비도 안보고 신문도 안보는 양반"이라고 말해 전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측근들의 보고가 없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국민정서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동영상은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고 전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 총괄회장과의 만난 이후 대화 등도 이같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롯데그룹이 밝힌 대화내용에 따르면 신 회장이 "다녀왔습니다. 이번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신 총괄회장은 "어디 갔다왔냐?"라고 물었다. 신 회장이 "동경에 다녀왔습니다"라고 하자 "어허..어디?"라고 되물었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약간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가 묻어난다.
신 회장 역시 귀국 직후 기자들이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묻는 질문에 "얘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해 건강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암시했다.
신 회장은 형 신 전 부회장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귀국 직후부터 현장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부친을 만난 직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제2롯데월드 타워다. 부친의 숙원 사업이자 롯데그룹 최대 현안인 제2롯데월드 타워를 방문, 창업자 정신을 계승해 후계구도의 정통성을 갖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가족간 갈등에도 그룹의 주요 현안을 먼저 챙기며 경영능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숨어있다.
이날 롯데그룹 사장단들도 신 회장 체제를 중심으로 결속을 다지겠다고 천명했다. 이번 사태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그룹 이미지가 추락하자 사장단이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선 것이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반 롯데 정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 계열사 37곳 사장단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잠실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한시간 가량 긴급 회의를 열고 대국민 사과 및 사장단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사장단은 롯데그룹 설립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존경심이 변함없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리더로서는 경영능력이 검증된 신동빈 현 회장이 적임자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장단 대표로 결의문을 직접 작성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롯데그룹은 특정 개인이나 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모든 고객, 주주, 파트너사 및 18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함께 하는 기업"이라며 "롯데그룹의 모든 회사는 국민과 더불어 성장해온 대한민국 기업이고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롯데그룹 설립자로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신격호 총괄회장께 경의를 표하고, 사장단의 존경심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롯데그룹을 이끌어 갈 리더로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현 신동빈 회장이 적임자임에 의견을 함께하고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