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실 후쿠칸네트 이사장 "방사능 오염 걱정 없어"..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한국 청소년 150여명의 일본 후쿠시마(福島) 방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청소년을 모집해 일본으로 보낸 단체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29일 전라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150여명의 중·고등학생과 20여명의 인솔자들이 이날 오전10시께 일본 후쿠시마 지역 비영리단체(NPO) 후쿠칸네트(福韓NET)의 초청을 받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 일환이라는 명분으로 일본 도쿄도·미야기현·후쿠시마현 일대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후쿠칸네트는 전주가 연고지인 정현실(54·여) 후쿠시마대 강사가 15년 전 개인적으로 설립한 단체로 알려졌을 뿐이다. 한·일 민간 우호·교류를 주목적으로 한 이 단체는 이번에 일본 외무성의 후원을 받아 청소년 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국내 학생 모집은 역시 정현실씨가 대표로 있는 한일 청소년 교류 파견 사업 실행위원회가 책임졌다.
이에 국내 일각에선 후쿠칸네트의 정체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 150여명이나 되는 참가단을 모집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특정 종교 단체와 관계가 있거나, 일본 정부의 '허수아비' 또는 '대리인'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현실씨는 이날 오후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나는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며 오해라고 일축했다.
정씨는 또 "15년간 이 단체를 운영하면서 수년 간 방문사업 진행해 왔는데 25명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몰린 것은 나도 처음"이라며 "전북 출신인 지인들이 협조해줘서 인원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원전사고가 발생해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후쿠시마현을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해성 논란도 뜨겁다.
참가자들은 나흘간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福島市), 이나와시로마치(猪苗代町), 기타시오바라무라(北?原村) 등에서 머물 계획이다. 이들지역은 원전사고 발생지인 오쿠마마치(大熊町)와 약 60㎞ 떨어진 곳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환경단체 등에서는 "아이들이 방사능 오염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2011년 현지 조사결과 후쿠시마 시는 시간 당 인체노출 한도인 0.11μSv의 33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된 바 있는 곳"이라며 "이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유령도시가 된 러시아 프리피야트시(Pripyat)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단순히 방사능 수치로만 보기 힘든 문제도 있다"며 "학생들이 어디를 방문하고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방사능) 노출량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청소년들이 후쿠시마 홍보에 동원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 소장은 "형식상으로는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 외무성이 이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이른바 '핵(核) 마피아'와 연계, 후쿠시마의 이미를 개선하는데 한국 아이들을 동원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후쿠칸네트는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정현실 이사장은 "한국에서부터 최첨단 방사능 검사기계를 도입해 시시각각 안전을 체크하고 있다"며 "부모님들께도 이같은 내용을 설명드렸기 때문에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한교류기금의 재정적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후쿠칸네트는 한·일 양국간 상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순수한 민간단체일 뿐"라며 "학생들 또한 후쿠시마·한국간 교류역할을 하는 '한일 청소년 교류 파견 사업 실행위원회' 소속 부모들의 입소문과 전북지역 시민단체·대학의 협조로 모집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후쿠시마 방문길에 오른 한국 청소년 중 대다수는 전북 전주·군산·익산·영광 출신이다.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민간행사다보니 28일 오후에서야 인지했고, 곧바로 주관단체에 항의해 명단을 확보했다"며 "안전책자를 배포하고 설득작업을 벌이면서 7명의 학생이 일본행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출국 한 만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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