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 수익형 부동산 각광
공개경쟁 낙찰받아 임대·투자자에 웃돈 받고 넘기기도
마곡지구 '마곡나루역 프라이빗타워Ⅱ' 오피스도 일주일 안돼 완판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1차 입찰이 시작된 지 40분 남짓 시간이 지난 오후 1시42분. 전광판에 낙찰자 명단이 뜨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지난 21일 경기 김포 고촌읍 신곡리 '한강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 견본주택엔 인파가 몰려 오후 내내 북적였다. 상가 입찰이 진행되는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입찰장으로 사용된 견본주택에는 700여명이 몰렸다.
이곳은 GS건설이 지난 2월 한강센트럴자이2차 아파트 분양 당시 썼던 견본주택. 입찰 시작 30분 전부터 상가 분양사무실로 쓰이는 견본주택 주차장과 주변 갓길은 차들로 들어찼다. 차량 10여대가 골목 삼거리에 뒤엉켜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댔다.
이날 공개입찰 방식으로 분양한 상가는 GS건설이 김포한강신도시에 공급한 한강센트럴자이 1ㆍ2차 단지 내 상가다. 한강센트럴자이 1ㆍ2차는 4079가구의 대규모 단지인데 상가가 52실에 불과해 일찍부터 높은 인기가 예상됐다. 뚜껑을 열자 그 열기는 여름 볕보다 뜨거웠다.
◆"상가 인기 좋아 경쟁입찰로도 잘 팔려"= 이날 분양 상가 52실 중에 어학원이 들어설 곳과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수의계약을 맺은 상가를 뺀 47실, 226억원(내정가 기준)어치가 내정가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다 팔렸다.
내정가 공개 경쟁입찰이란 미리 내정가격(최저가)을 정해 놓고 그 이상으로 신청을 한 투찰자(금액을 써 입찰한 사람) 중에서 최고가를 쓴 응찰자가 낙찰받는 방식이다. 법원 경매와 같은 방식인데 시행사가 완판을 자신할 때 이 방법을 쓴다.
단지 내 상가 분양대행을 맡은 정대규 도전과사람들 팀장은 "상가 분양시장이 좋지 않을 땐 통매각해서 되파는 방식을 주로 쓰지만 호조기엔 공개 경쟁입찰을 선호한다"며 "요즘엔 상가 투자자가 많아 입찰 방식으로 분양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김포 장기동에 사는 30대 초반의 주부 강수정(가명)씨는 갓난아이를 안고 남편과 입찰장을 찾았다. 강씨는 "이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단지 내 상가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입찰하기 위해 왔다"며 "상가를 낙찰받는다면 임대를 주거나 웃돈을 받고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찬영(56ㆍ가명)씨는 "임대소득을 목적으로 응찰했다"며 "경쟁자가 너무 많아 큰 기대는 못하겠다"고 했다.
직접 점포를 운영할 생각으로 상가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익성이 괜찮다고 알려진 상가에는 공인중개업소나 부동산투자법인에서 대거 몰려온다는 게 분양대행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장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방문객들은 대부분 중개업소나 법인 직원들이라는 귀띔이다. 이들이 상가를 낙찰받으면 이미 확보해 둔 투자자들에게 연락해 웃돈을 받고 물건을 넘긴다.
◆저금리에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려든다= 이날 입찰한 상가 47실은 1시간 단위, 1~4회차로 나눠 팔렸다. 한 회차 입찰이 끝나면 낙찰자를 발표하고, 다시 다음 회차 입찰을 진행하는 식이다.
입찰 상가 수량 제한이 없기 때문에 호실당 1000만원의 보증금만 내면 여러 건을 동시에 응찰할 수도 있다. 정 팀장은 "2000건 이상의 입찰서류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입찰한 상가 중 가장 싼 게 내정가 기준 1억6200만원(분양면적 23.3㎡)이었고, 가장 비싼 물건은 8억4500만원(79.8㎡)이었다. 평균 3억~5억원선의 상가가 많았는데 내정가격을 간신히 넘겨 낙찰된 상가도 있었지만 내정가 2억4300만원짜리의 경우 두 배가 넘는 5억5090만원에 낙찰돼 주변이 술렁이기도 했다.
이 처럼 투자자가 몰린 건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은행에 돈을 넣어봤자 손해라는 인식이 커지자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투자자가 늘었다.
지난 17일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분양을 시작한 '마곡나루역 프라이빗타워Ⅱ'는 분양개시 엿새 만인 22일 오피스(업무용 빌딩) 149실이 다 팔렸다. 덩치가 큰 업무용 빌딩을 투자하기 좋은 금액대로 쪼개서 분양, 상품화한 것으로 최근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투자자들의 투자욕구를 맞춘 게 주효했다.
시행사 나이스글로벌 관계자는 "마곡지구는 여러 대기업이 입주하는 직주근접 개발사업지구로 공급이 많은 오피스텔과 비교해 희소성과 수익성이 좋은 분양형 오피스로 승부한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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