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국내 정유 4사의 올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정유 4사 통틀어 2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이후 4년만에 최대 호황기에 접어든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23일 2분기 매출 12조9983억원, 영업이익 987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부문별로는 석유사업이 전분기 대비 5.9% 늘어난 9조5141억원을 기록했고 화학사업에선 2분기 2429억원을 벌었다. 화학사업이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3년 3월 이후 7분기 만이다.
정유 4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 역시 올 2분기 613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1분기와 비교하면 157.4% 늘었다. 정유부문이 전분기 대비 293.2%나 증가한 46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이 6000억원대를 넘어선 것은 2011년 1분기(6475억원)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안정적인 유가 흐름에 재고손실이 크게 줄었고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대표하는 지표인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하반기 배럴당 3달러로 저점을 찍었다가 올해 최고 8달러를 기록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국제유가도 60달러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재고손실을 상당 부분 털어낼 수 있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최대 7700억원, 현대오일뱅크는 9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다음달 11일~14일 사이에 실적발표를 앞둔 나머지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을 합칠 경우 정유4사의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게 된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을 합쳐 1조6009억원으로 2조원대 중반까지도 거뜬히 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호황을 누린 2011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두게되는 셈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올 1분기 대비 유가가 반등하면서 평균 판매단가가 증가했고 수요도 늘면서 판매 물량이 증가했다"며 "양호한 정제마진에 힘입어 가동률을 최대로 유지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오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3분기까지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제마진이 급격히 하락하는 등 시황이 악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 실적이 다소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수요 증가와 정유업계 자구노력 등이 더해져 3분기에도 2분기 수준의 실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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