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레이븐' 탐험기
2주안 정복 꿈꿨으나 현실은 시작부터 6만원 '현질'
출첵·일일도전 등 이벤트 활용하면 무료 진행 가능
PC게임에 비해 폰게임은 아직 멀었다는 편견 깨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친구가 술을 마시면서도 캐릭터가 알아서 전투를 벌이는 모바일 게임 '자동모드'를 작동시키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기가 차다. 게임 캐릭터가 혼자서 싸우는 걸 힐끔힐끔 구경할 바에는 걸(Girl) 그룹의 깜찍한 동영상을 보는 것이 더 낫다.
자고로 게임이란 편안한 마음에서 전략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아닌가.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기자의 개인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싹 바꿔놓은 게임이 '레이븐'이다.
한때 게임 좀 해 본 기자에게 모바일 게임 레이븐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2주일이면 충분히 '만렙'이나 퀘스트를 다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 건방을 떨었다.
"ㅠ.ㅠ". 기자의 건방짐은 다운로드와 함께 사라졌다. 다운로드를 누르고 한참 지나자, 데이터의 80%를 사용했다는 문자가 왔다. "헉. 아직 보름도 안 지났는데… ". 게임 용량이 1기가가 넘었다. 와이파이에서 내려 받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용량이 큰 만큼 게임의 그래픽은 수준급이다. 군더더기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카메라 시점도 4개나 구현해 다채로운 영상을 보여줬다.
휴먼, 반고, 엘프 중에 가장 멋있어 보이는 휴먼을 고르고 게임을 시작했다. 스토리는 정말로 단순하다. 스승이라는 자가 갑자기 적의 공격을 받아 죽고, 그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게임은 크게 '탐험', '길드', '레이드', '결투장' 등으로 구성된다.
기자는 만렙을 위해 '탐험'에 집중했다. 자동전투를 누르면 내 캐릭터는 별다른 조작 없이도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금방 목표를 달성 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난관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레벨 4밖에 되지 않았는데 체력이 부족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지를 못하는 것이다.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회복약이 필요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 준 분량은 이미 다 떨어졌다. 패키지 게임과 다르게 치트키나 에디터도 없었다.
별 수 없이 결제를 해야만 했다. 처음으로 게임에 돈을 쓰는 순간이었다. 1만원을 결제하고 체력 회복약을 구입하니 그나마 할 만 해졌다.
하지만 기본 아이템으로 적을 상대하니 한계에 금방 다다랐다. '이왕 하는 것 끝을 보자'라는 생각에 5만원을 추가로 결제했다. 무기, 방어구, 망토, 장신구를 구입했다.
각 아이템은 뽑기형 박스 아이템(확률형 아이템) 속에 들어있어서 성능이 좋지 않은 아이템이 나올까 걱정했지만 꽤나 쓸 만한 아이템이 나왔다. 이후 못 깼던 퀘스트도 아주 간단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내 캐릭터가 잘 싸우니 그걸 바라만 보고 있어도 왠지 모르게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뿐. 레벨 15정도 되니 어느 지역에서부터 앞으로 나가질 못하게 됐다. 무기는 괜찮았는데 방어구 아이템이 조금 약한 탓이었다.
그동안 모은 크리스탈(게임 내 재화)로 방어구 확률형 아이템을 구입하기로 했다.
아뿔싸! 3000원짜리 상자를 열었는데 나온 건 지금 갖고 있는 아이템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아이템. 화가 나 곧장 2700원을 주고 다시 뽑기를 눌렀지만 여전히 낮은 단계의 방어구. 결국 한 번 더 눌렀지만 세 번째 시도도 '꽝'이었다. 한 10초 사이에 1만원이 허공으로 날아가자 회의와 함께 깊은 '빡침'이 올라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귀인'이 혼란 속에서 구제했다. 이발을 해주던 미용실 미용사가 레이븐 '꿀팁'을 전수해준 것. 그녀는 무과금 이용자로 레벨 30을 넘긴 고수였다. 그녀는 과금 없이도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 대가로 앞으로 이 미용실 단골이 되기로 약속했다.
미용사는 게임 내 이벤트를 적극 활용하라고 했다. 또 길드, 일일도전 등 다른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전수했다. 전략적으로 게임을 했으면 돈을 안 쓰고도 레벨도 올리고 좋은 아이템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2주 만에 만렙을 찍겠다는 기자의 황당한 목표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퀘스트를 다 깨는 것이 게임의 재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캐릭터가 어떤 아이템을 장착하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즉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조금 맛볼 수 있었다.
또 모바일게임은 자동전투나 구경하는 단순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도 알았다. 게임의 그래픽이나 콘텐츠 수준이 온라인 게임에 버금갈 정도로 올라섰다. 레이븐과 같은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이 지나치게 상업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편견이라는 것을 알았다.
장안의 화제, 레이븐은 모바일 게임에 대한 편견을 깨준 게임이다. 기자의 레이븐 캐릭터는 버스를 기다리는 도중에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시간에도 열심히 혼자 싸우고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