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아일랜드에서 온 폴 던."
'디오픈의 목소리' 아이버 롭슨(68)이 드디어 '최고(最古)의 메이저' 144번째 디오픈(총상금 630만 파운드) 최종 4라운드에서 마지막 선수를 소개했다. 20일 밤(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ㆍ7297야드) 1번홀(파4)이다.
롭슨이 바로 선수들을 갤러리에게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다. 1975년 이 일을 시작해 올해로 41년째, 특히 스코틀랜드의 독특한 억양이 섞인 말투로 유명세를 탔다. 새벽 4시30분에 나와 준비를 마치고 10시간 가까이 서서 일하는 중노동이지만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자리라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고 남다른 자부심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는 더욱이 마이크를 잡는 마지막 무대다. 롭슨 역시 던과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등 마지막 조 선수들을 호명하면서 울먹였다. 셋째날 경기가 악천후로 중단돼 월요일까지 5일이나 1번홀을 지켰지만 아쉬움은 여전했다. 불과 23세의 아마추어 던이 마지막 티 오프를 했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롭슨은 떠나지만 디오픈은 또 다른 새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가장 발음하기 어려웠던 선수로는 1988년 나이지리아 출신 피터 아카카시아카(Peter Akakasiaka)를 꼽았다. 2010년 우승자 우스트히즌(Louis Oosthuizen)에 대해서는 "예전에 안드레스 우스트히즌이라는 선수가 있어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나이 어린 선수들일수록 드라이버를 꽉 쥔다"며 "나이가 든 선수들은 반면 손을 떨기도 한다"고 1번홀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곁들였다.
1973년 우승자 톰 웨이스코프(미국)가 1989년에는 티 샷을 망친 이유도 롭슨만이 알고 있었다. "(웨이스코프는) 내게 악수를 청하더니 이번이 은퇴무대라고 했다"며 "티 샷이 덤불 속으로 들어갔는데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비화를 소개했다.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가장 힘들다"는 롭슨은 "디오픈의 많은 기억들이 그리울 것"이라며 코스를 떠났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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