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대표로 첫 출전, 산지프 라마
[광주=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축제에 동참하고 국제대회를 경험하고 싶었다."
네팔 펜싱 대표로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남자 플뢰레 종목에 출전한 산지프 라마(19). 그는 예선에서 1승5패를 해 출전 선수 예순한 명 중 55위를 했다. 32강이 겨루는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절망 대신 희망을 말했다. "이탈리아나 중국 등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배운 점이 많았다. 세계 대회 출전을 목표로 꾸준하게 경험을 쌓고 싶다"
라마에게는 출전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이었다. 지난 4월 25일 발생한 진도 7.9의 강한 지진으로 집을 잃었고, 경기복과 장비도 사용할 수 없었다. 네팔펜싱협회의 협조 요청을 받은 대한펜싱협회가 나섰다. 경기복과 마스크, 금속재킷, 칼과 가방 등 펜싱 용품을 지원했다. 선수 1인당 하루 10유로(약 1만2000원)인 체재비용도 댔다. 조직위원회에서는 항공료를 지원했다. 덕분에 여자 에페의 라키 샤르마(20)를 비롯해 탁구, 수영, 배드민턴, 테니스, 양궁, 태권도, 유도 등 여덟 종목 선수 스물두 명과 함께 광주에 올 수 있었다. 펜싱 팀은 지도자가 동행하지 않아 네팔 양궁 대표팀을 이끄는 이충운 감독(45)이 인솔한다.
라마는 트리뷰반 대학교가 있는 수도 카트만두에 머물러 지진 피해를 면했다. 그러나 고향인 신두발촉에 있는 가족들의 피해가 컸다. 집이 무너지고, 어머니가 넘어진 기둥에 깔려 다리를 다쳤다. 지금도 여진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라마는 담담하게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이 감독은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현실을 이겨내는 네팔 국민의 특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리적으로 강한 장점이 펜싱이나 양궁 등 집중력을 요구하는 종목에 적합하다"고 했다.
라마에게 광주유니버시아드는 생애 첫 출전하는 국제대회다. 태권도와 가라데를 하다 2009년부터 펜싱으로 전향한 그에게는 다시 없을 기회일지 모른다. 라마는 "유니버시아드를 통해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쟁하고 실력을 확인했다. 자신감도 얻었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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