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은행원으로 산다는 것 ①]25년차 부지점장 '염색하고 돈 세고'

시계아이콘01분 3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大기획, 사람으로 보는 금융사회학①80명 근무했던 대형점포 지금은 15명 '아, 옛날이여'…은행 몸집줄이기 업무 전산화로 직원수 확 줄여

[은행원으로 산다는 것 ①]25년차 부지점장 '염색하고 돈 세고' -
AD


한때는 '화이트칼라'의 아이콘이자 '금메달 직장인'이었다. 나라 곳간이 부실하던 시절 은행원은 경제 개발의 대동맥에 피(자금)를 공급하는 귀한 몸이었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으로 대접받았고, 가문의 영광이었다. 하지만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신화가 깨졌다. 초저금리 시대 들어서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모바일이라는 변화의 파고에도 휘둘린다. 이제는 겨우 '동메달 직장인'일 뿐이라고 그들은 씁쓸해한다. 달라진 위상은 오늘날 금융산업의 척박한 현실을 반영한다. 대한민국에서 은행원으로 산다는 것, 그 의미를 5회에 걸쳐 들여다보자.<편집자주>

[은행원으로 산다는 것 ①]25년차 부지점장 '염색하고 돈 세고'



대리 달면 여직원이 커피에 책상 청소까지..지금은 창구 업무에 하루가 팍팍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은행 창구의 구조는 은행원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은행 업무가 전산화되기 전인 1990년대 은행 창구는 3선(線)이었다. 1선에는 행원이나 계장이 앉아 고객을 맞았다. 대리(지금의 차ㆍ과장급)는 2선에 앉았다. 1선에서 올린 결제건에 도장찍고, 혹여 소비자 민원이 생기면 "제가 책임자입니다"하고 앞으로 나섰다. 3선은 부지점장 자리. 뒤로 갈수록 지위가 높고 책임과 권한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모두가 1선에 전진 배치됐다. 부지점장까지 창구에 앉아서 돈을 세는 일이 허다하다.


37년 은행밥을 먹고 재작년 퇴직한 김상중(가명ㆍ58세)씨는 이같은 변화를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은행 업무가 전산화되면서 지시와 통제 기능이 약화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니 선배들이 '플레이어들을 지시하기보다는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효율 극대화를 위해 조직의 몸집을 줄여야 하는 척박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창구 업무는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했다.


입행 25년차인 A은행 여의도지점 조영훈 부지점장(가명ㆍ45세)은 달라진 세태를 실감한다. 오랜 시간 은행밥을 먹었지만 입행 2년차 계장과 같이 창구에 앉아 있다. 고객한테 '나이 드신 분이 왜 창구에 앉아 있냐'는 소리를 들을까봐 정기적으로 검게 염색을 한다. 손이 굼떠 돈을 세는 것도 예전만 못하다. 그나마 부지점장도 못 달고 차ㆍ과장으로 퇴직하는 동기들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지만 그래도 옛날 선배들이 마냥 부럽다.


그때는 '대리승진 시험'만 붙으면 '장교'를 달듯이 영예로웠다. 2선으로 물러나기만 하면 여직원이 커피를 타주고 책상을 닦아주는 호강을 누렸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다. 조 부지점장은 "과거 선배들은 업무의 30만 창구 일을 하고 70은 여유롭게 사용했는데 이제는 창구 업무만으로도 벅차다"고 푸념했다.


그때는 예금유치를 잘하는 은행원이 일 잘한다고 평가받았다. 고도성장기엔 기업과 국가가 발전해 공장이 곳곳에 들어서고 투자할 곳은 많았으나 조달해주는 '돈'이 없었다. 은행은 수신을 많이 해서 조달자금을 풍부하게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지금은 굴릴 돈이 넘쳐서 문제다. 저금리 시대에 예ㆍ적금의 공식은 깨졌다.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필연이다.


1980~90년대 은행의 중간점포는 40~50명, 작은 점포도 25~30명이 일했다. 큰 점포는 80명까지도 근무했다.지금은 점포가 커봐야 직원 수는 15명에 불과하다. 중간점포는 10명, 소형점포는 7~8명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금융기관 임직원 수는 2002년 2분기 9만511명에서 꾸준히 늘어 2008년 4분기 10만6633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올해 1분기 9만8607명으로 줄었다. A 시중은행 부행장은 "80~90년대에 비해 여ㆍ수신규모는 3~4배 커졌지만 자동화니 모바일이니 해서 인원은 줄었다"며 "결재서류에 도장만 찍어주던 직급들마저 온종일 부산하게 일을 하는 상황은 은행원과 은행의 달라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