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대생 일리아나 마그라 FT 독자투고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우리는 각각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통보받지 못한 채 우리에게 주어진 '민주적 권리'를 행사할 것을 종용받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이 중대한 책임감을 견뎌내야 한다는 걸 모두 알고 있습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5일 예정된 국민투표에 대해 부담감을 토로하는 일리아나 마그라(21ㆍ여)의 독자투고가 실렸다. 영국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연구대학(SOAS)'에서 정치학, 언론학, 문학 학위를 받은 마그라는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에서 자신이 겪은 그리스 사태의 단상을 솔직하게 전했다. 그는 "국민 투표는 저에게 미래를 결정할 권한을 줬습니다. 그것이 미래를 앗아갈 권리인지도 모르겠지만요"라며 잿빛과 같은 그리스 상황에 줄곤 암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불발된 지난달 26일을 '공포'로 기억하고 있다고 술회했다. "금융 위기 이전의 생활이 솔직히 기억나지 않지만 금요일 밤(지난달 26일)은 '공포'로 또렷히 기억할 수 있습니다. 희망은 몇 분 사이 무너져내릴 법한 가벼운 미래였습니다. 세 살짜리 조카를 바라봅니다. 조카의 무지와 나이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21살 성인으로서 지난 며칠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에 비친 그리스의 모습은 절망적이다. "현금 인출기와 주유소 앞에 선 수백명의 사람들. 무표정한 사람들은 그리스의 거리를 침묵으로 휩싸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5일 동안 살면서 가장 많은 거리의 부랑자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곳곳의 상점은 일시 휴업을 선언하고 문을 닫는 횟수가 늘고 있어요." 유럽 정상들과 그리스 총리가 각자 찬성과 반대를 하라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지만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다는 회의감도 내비쳤다.
"금융 위기 전 사람들은 어떤 것도 구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리스 국민이 과도한 정치적 선동 속에 놓여있다고.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모든 것이 다 거짓말 같습니다."
끝으로 그는 바닥을 모를 절망의 늪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끝에 다다른 기분입니다. 맞아요, 금요일 이전에 우리는 뭔가 나아지겠지 라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금요일 이전이 훨씬 나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더 암울하다는 사실입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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