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과학 기술인 정용환 단장 "주부 대상, 과학마실 할 거예요"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올해 대한민국 최고 과학 기술인과 함께 '과학 마실' 한 번 다녀오실까요?"
2015년 대한민국 최고 과학 기술인에 선정된 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단장(58). 정 단장은 올해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 마실'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쉽고 재밌는 과학 강의를 할 계획이다.
정 단장이 최고 과학 기술인에 뽑힌 데는 물론 뛰어난 연구 성과에 있다. 우여곡절도 많이 겪은 사람이다. 정 단장은 원자력분야의 핵심기술인 지르코늄 신소재 개발과 기술 사업화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원자력소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는데 공헌한 대표적 원자력소재 전문가이다.
16년 동안 연구를 통해 선진국 제품보다 2배 이상 우수한 고성능 지르코늄 핵연료피복관 개발에 성공했다. 노르웨이 할덴 연구로에서 6년, 국내 상용 원자력발전소에 장전해 4년의 검증시험을 거쳐 성능을 입증했다. 핵연료피복관은 방사성 물질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우라늄 핵연료를 감싸는 1차적 방호벽이다. 핵분열 연쇄반응으로 발생하는 열을 냉각수에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핵심 부품이다.
이런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유럽연합 특허청에 관련 특허를 등록했는데 유럽 국가 관계자들이 정 단장의 특허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유럽은 특허가 등록되면 1년 동안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정 단장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정 단장은 "2005년부터 유럽 관계자들이 특허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했고 길고 지루한 특허 소송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정 단장이 등록한 특허는 2세대 신소재와 관련된 분야였다. 유럽은 3세대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정 단장의 특허가 등록되면 당장 자신들의 연구 작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정 단장은 "기술적 부분만 설명하면 될 것 같았는데 소송은 과학이 아니었다"며 "당시 우리 연구소에 특허 전문 변리사나 변호사도 없어 무척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정 단장은 "1~2년 이면 끝날 것 같은 소송이 항소까지 포함해 7년6개월이나 걸렸다"며 "그동안 연구 작업도 차질을 빚고 당시 많은 것이 어렵고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특허소송에서는 승소했다. 출연연 특허소송과 관련해 정부의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정 단장은 2014년부터 비영리 사단법인인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 한 장'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정 단장은 "딱딱한 과학이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올해부터 유성구청과 함께 주부들에게 과학 강의를 하는 '과학마실'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아올리듯 최고 과학 기술인이 전하는 '과학 마실'은 어떤 산책일지 벌써부터 눈길이 쏠린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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