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강화지역 중1 무상급식 제동…시민단체 “재정확보한 기초단체부터 단계적 시행 현실적”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에서 중학교 무상급식의 첫 단추를 꿰는 일이 ‘산 넘어 산’이다. 처음에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문제가 됐으나 예산이 확보되는 기초단체부터 단계적 시행에 나서자 이제는 시의회가 지역간 형평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2학기 강화군을 시작으로 인천의 중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할 계획이나 인천시의회서 추경예산 전액이 삭감돼 사실상 추진이 어렵게 됐다.
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예산 1억여원을 강화군과 50%씩 분담하기로 하고 교육청 예산으로 4700만원을 편성했다. 2학기부터 강화군의 전체 중학교 1학년생 472명에게 무상급식을 시작하고 다른 기초단체들과도 협의, 내년부터 대상지역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위는 인천시 재정난과 지역내 다른 자치구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다. 여기에는 무상급식 자체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무상급식이 군·구별로 제각각 시행되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의 학생들에겐 오히려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인천시가 무상급식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청과 자치구가 사업비를 절반씩 분담해서라도 중학교 무상급식에 나선 것에 시의회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시의회는 지난해도 인천시의 지원없이 시교육청과 동구, 남구, 남동구, 강화군 등 4개 자치구가 자체 사업비를 확보해 무상급식을 추진하려던 것을 무산시켰다. 이 역시 지역간 형평성을 문제삼았다.
이들 4개 군·구는 인천에서 저소득층 비율이 가장 높거나 농어촌지역으로 우선 중학교 1학년부터라도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교육청 예산이 확보되지 못해 결국 4개 자치구도 손을 놓고 말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국 광역단체 중 인천과 대전만 중학교 무상급식을 못하고 있어 어떻게든 인천에서 시동을 켜는게 중요하다”며 “시의회가 지역내 형평성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열악한 재정여건에서도 무상급식에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는 지자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선 인천시가 재정난으로 지원을 못해준다면 재정 확보가 가능한 기초단체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여론이다. 일각에서는 시의회 예산 삭감이 ‘여대야소’의 구도속에서 진보교육감의 대표 정책에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가 짙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은 “재정이 어렵다면 시골지역 학생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며 “그런데도 시의회가 시 재정상황과 지역간 형평성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은 진보교육감의 교육행정을 방해하고자 하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당리당략적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천의 무상급식 비율이 56%로 전국 평균 70%보다 뒤떨어지고, 특히 인근 서울·경기도가 중학교 무상급식을 하고 있어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며 무상급식 대상을 중·고교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오는 2017년까지 인천시내 모든 중학교 1학년생에게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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