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과 비교하지 마세요…하늘 찌르는 美 CEO 연봉
일반직원의 300배 거액 챙겨
"회사수익 비해 너무 한 것 아니냐" 여론
WSJ "주주이익률과 CEO 연봉순위는 무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두꺼워진 월급 봉투와 막대한 연말 상여금에 흐뭇해 하던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CEO의 급여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내 진보는 물론 보수 성향 언론과 연구기관들이 일제히 'CEO들이 돈 값을 하고 있는가'를 문제삼고 나섰다. 진보성향 연구소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지난 21일(현지시간) 'CEO의 연봉이 일반 직원보다 300배나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965년도만 해도 CEO와 직원 임금사이의 벽은 낮았다. 당시 CEO의 평균 연봉은 83만2000달러였다. 일반 직원(4만달러) 연봉의 20배 정도였다. 49년 후인 2014년의 연봉 격차는 넘볼 수 없는 벽이 됐다. CEO들의 연봉이 83만달러에서 1631만달러로 1860% 뛰는 동안, 직원 연봉은 4만달러에서 5만3000달러로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EPI는 과연 CEO들이 능력만으로 이같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연구소는 최근 몇 년 새 변호사, 헤지펀드 매니저 등 다른 고소득층 보다도 기업 CEO의 연봉 상승폭이 더 컸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심지어 CEO의 보수 중에 주택 임대료의 비율이 높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CEO들이 능력 이상의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진영도 'CEO들의 탐욕'을 경계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카토연구소는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체 근로자의 0.1%에 불과한 CEO가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받고 있다며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수 언론으로 분류되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연봉을 많이 받는 CEO가 반드시 주주들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다. 미국 300대 기업 CEO의 연봉을 조사한 결과 주주이익률 상위 10% 기업 중 CEO가 연봉 순위 10위권에 포함된 것은 제약회사 액타비스의 브렌트 손더스가 유일했다. 연봉을 많이 받아간 CEO가 오히려 실적을 못 내는 경우도 있었다. 레슬리 문베스 CBS CEO와 필립 다우먼 비아콤 CEO는 연봉 순위 10위권 안에 포함됐지만 두 사람이 속한 회사의 주주이익은 전년대비 12.5%, 6.6%씩 감소했다.
CEO들의 고액연봉 잔치를 바라보는 일반 직원들의 박탈감은 크다. 맥도널드 근로자들의 시위가 그런 예다. 미국 내에서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빗발치는 것도 상대적인 박탈감과 연관지을 수 있다.
내년에는 미국 대선이 있다. 표가 필요한 정치권은 벌써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4월 "CEO의 연봉이 일반 직원의 300배나 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하며 주요 선거 이슈로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친 서민 이미지를 위해 CEO와의 거리두기에 나선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의 컬럼니스트 로버트 사무엘슨은 "CEO가 정치적 샌드백이 되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투표가 될 것이며, 선거가 CEO를 '자본주의의 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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