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삼성서울병원發 '4차 감염' 현실화되나

174번환자 응급실 이송요원으로부터 첫 감염 가능성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2차 유행의 근원지인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55ㆍ137번)에 의한 '4차 의심 감염자'가 나왔다.

잠복기를 하루 앞두고 137번 환자와 관련된 추가 감염자가 나온 것이다.

23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은 174번 환자(75)는 지난 4일과 8일, 9일 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다. 137번 환자 근무기간중 병원을 방문했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37번은 지난달 27~29일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슈퍼확산자인 14번 환자와 접촉한 이후 2일부터 발열 증세를 보였지만, 이를 숨기고 10일까지 근무를 계속하다 지난 1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과 의료계에선 이 환자가 이송하는 환자들이 고위험군인 중환자들인데다, 노출기간이 워낙 길어 잠재적 슈퍼확산자로 꼽았다.

삼성병원은 이 환자의 노출로 인한 잠복기가 끝나는 24일까지 부분 폐쇄를 단행했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접촉한 4만여명을 찾아냈고, 이 가운데 7000여명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137번의 잠복기를 하루 앞두고 관련 환자가 발생하면서 이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 가운데 추가 감염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최근 잠복기를 훨씬 넘긴 감염자들이 속출하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 확진된 171번 환자(60ㆍ여)는 지난달 27~29일 삼성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뒤 23일만에 감염이 확인됐다.

같은날 확진된 170번 환자(77)와 172번 환자(61ㆍ여)도 각각 잠복기를 3~8일만에 확진자 명단에 올랐다. 이 밖에도 지난 17일 확진된 삼성병원 응급실 감염자인 156번(66)과 157번(60), 158번(50) 환자도 14번 환자와 접촉 20일이나 지난 후 확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이들 잠복기를 넘긴 확진자들의 증상 발현 시기는 잠복기 안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일부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오락가락해 확진이 늦어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메르스가 신종 전염병인 만큼 잠복기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의료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도 잠복기를 넘긴 격리대상자에 대해 다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권덕철 중대본 총괄반장은 "추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집중관리병원에 대해선 격리해제기간이 돌아와도 의심자에 대해 PCR 검사를 실시하고, 증상자 여부와 격리해제의 적절성 등을 평가해 격리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잠복기는 바이러스가 몸에서 복제하는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잠복기 6주만에 발병한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잠복기는 14일인 만큼 잠복기를 늘리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4차 의심 감염자 나왔지만 메르스는 진정되는 양상이다. 신규 확진자도 대규모 발병보다는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고, 격리자수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격리자수는 하루만에 1028명이 줄어든 2805명으로 감소했다. 누적 격리해제자도 1만718명으로 늘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