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보다 7000억원 증액…교통 비용 수천억원 추가 될 수도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현대차그룹이 옛 한국전력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으로 1조7000억원을 서울시에 제시했다. 올해 초보다 7000억원가량을 상향시킨 것인데 향후 서울시와의 협의와 감정평가 등을 거쳐 연말쯤 최종 확정된다.
현대차그룹은 교통 개선 대책 범위도 사업 부지 반경 5㎞까지 대폭 확대했다. 공공성 확보를 위한 재원은 늘어나게 됐지만 그만큼 현대차그룹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개발구상 및 사전협상 제안서가 보완 제출돼 23일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과 김인수 현대차그룹 신사옥사업추진단장(현대건설 부사장) 등 협상단 만남을 갖고 본격적인 사전협상 진행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보완된 제안서에서 현대차그룹은 공공기여율을 36.75%로 산정하고 기여금으로 1조7030억원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상향함에 따라 부지 면적의 40% 가량에 해당하는 가치를 토지나 기반시설 또는 설치비용으로 내야 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일반상업지역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여율을 다소 낮춰 책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부지 매입 이전 한전이 실시했던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지난 1월 서울시에 1조원의 공공기여금을 제시했다. 하지만 개발계획으로 높아진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의견에 따라 자체 컨설팅을 거쳐 대폭 높아진 기여금 규모를 정한 것이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사업계획 등을 협의한 후 오는 10~11월 감정평가를 거쳐 12월에 공공기여금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교통 개선 대책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당초 한전 부지 인근 교차로만을 범위로 삼았으나 이번 제안서에서는 반경 5㎞로 크게 늘려잡은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 대책 범위에 올림픽대로와 동부간선도로부터 잠실, 강남 일대 등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교통 영향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대책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 개선 대책 비용을 공공기여금에 포함시킬 지, 아니면 별도로 추가해야할 지 여부는 남은 쟁점이다. 서울시는 공공기여금이 용도 상향에 따른 대가이며 교통 대책은 용도 상향이 아니라도 어차피 시행해야 하는 것이므로 별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제2롯데월드 교통 개선 비용으로만 4500억원가량을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의 부담이 수천억원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통합사옥, 전시·컨벤션센터, 공연장, 숙박시설, 판매시설, 업무시설, 전망대 등을 용도로 건폐율 38.42%, 용적률 799%, 연면적 96만㎡, 62~115층, 최고높이 571m 등의 건축계획을 제안했다.
또 도시행정학회 용역 결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 및 운영을 통해 262조6000억원의 생산유발과 132만4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안에 대해 유관부서와 기관 협의, 전문가 자문, 협상조정협의회 등을 통해 검토 조정할 예정이다.
이제원 서울시 본부장은 “국제교류복합지구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한전 부지 개발이 조속히 이뤄지면 주변의 민간, 공공의 사업 추진도 촉진될 것”이라며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전협상을 비롯한 행정절차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등 현대차그룹과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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