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서울시와 강남 주민들이 한전 부지 개발 공공기여금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강남구는 한전 부지 개발이익을 강남구 지역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주민 의견을 서울시가 묵살했다며 주민대책위원회가 나서 이르면 이번달 내에 행정소송과 형사고발을 한다고 19일 밝혔다. 올 연말쯤 결정될 예정인 공공기여금 규모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강남구 지역 뿐 아니라 인접한 송파구 지역 잠실종합운동장 개발에도 공공기여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오는 21일 관련 내용을 시보에 게재할 예정이다.
강남구는 “지난 13일 서울시가 ‘종합무역센터 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68만 강남구민과 이해관계자 의견을 묵살한 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원안 가결한 것에 대해 범구민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주축이 되고 강남구도 참여하는 소송단을 구성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서울시가 민심을 허위로 왜곡 은폐하고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추진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대로 결정 고시까지 감행한다면 주민들의 소송이 불가피하며, 결정고시와 무관하게 허위사실 유포와 권한 남용에 대해 즉시 형사고발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당사자 의견을 배제한 불공정한 행정행위는 잘못이라는 게 판례다. 이미 준비는 돼 있기 때문에 이르면 이번달 내에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며 “비대위가 중심이 될 것이며 강남구 차원에서 참여할 지 여부는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68만명이 서울시 방침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여했는데도 서울시가 5000건가량의 주민의견서만 접수됐다고 호도했으며,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할 수 없는 ‘운동장’ 포함, 인터넷 홈페이지 공고 누락, 지형도 누락 등 절차상 여러 차례 법령 위반을 했다는게 강남구의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공기여금을 잠실운동장 뿐 아니라 강남구 지역에도 쓰게 될 것이며, 강남구 차원이 아니라 서울시 전체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 잠실운동장 일대를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남구가 억지를 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는데 강남구가 꼬투리를 잡으려는 것”이라며 “한전 부지 개발로 인한 피해를 얘기하지만 구체적이지도 않고 애매한 예측일 뿐이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의 강남이 정부의 개발계획으로 이렇게 발전한 것 아니냐. 이제 와서 강남구만을 위해서만 돈을 써야 한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구는 한전 부지 인근에 위치한 봉은사도 서울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으나, 봉은사 관계자는 “검토 단계일 뿐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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