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전부지 개발이익 환수·지하철 차량 입찰 두고 신경전 치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조원대 '머니 게임'을 벌이고 있다. 최대 4조원대로 추정되는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 터 개발이익과 2000억원대 서울메트로 차량 입찰을 놓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가장 큰 사안은 옛 한전 땅 용도변경에 따른 공공기여(개발이익 환수)다. 지난해 10조5500억원에 인수한 한전 터를 571m의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으로 개발하려면 용도변경이 필수적이다.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인 이곳을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시는 관련 법에 따라 용도변경 후 지가 상승분에서 개발비용을 뺀 금액의 최대 40%까지 공공기여금을 부과할 수 있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사들인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공공기여금 또한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1조원 규모를 내겠다고 했으나 퇴짜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공기여금 산정 과정에서는 여러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이 되는 땅값 산정 시점이나 도로 등 해당 부지내 공공용 시설부지의 포함 여부 등 변수에 따라 실제 현대차그룹이 내야 할 공공기여금 규모가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의 인천 북항 개발 과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한진중공업은 용도변경 과정에서 당초 개발이익을 400억원대로 잡고 360억원을 공공기여금으로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천경실련 등 시민단체의 반발로 재산정 끝에 최종적으로 개발이익이 자체 산정때보다 10배가 넘는 약 4800억원으로 확정돼 이중 상당액을 공공기여금으로 냈다.
이에 시는 현대차의 공공기여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관련 법조항과 사례를 꼼꼼히 살펴보는 중이다. 시는 현대차가 내는 공공기여금을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지구로 조성하는 사업의 재원으로 쓸 계획이다. 다만 강남구청이 강남구 내에서 공공기여금을 활용해야 한다며 반발하는 것은 또다른 변수로 꼽힌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간 갈등은 지하철 2호선 차량 입찰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3월21일 서울메트로ㆍ조달청을 상대로 서울메트로가 의뢰한 2000억원대 지하철 차량 200대 입찰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지난달 30일 기각당했다.
낙찰자로 선정된 로원ㆍ다원시스 컨소시엄의 입찰 자격ㆍ품질ㆍ신뢰성ㆍ안전 저해 우려 등을 문제삼았는데 법원은 "입찰 절차와 진행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항소했을 경우의 승소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항소할 수 있는 기일 내에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입찰 과정에 대한 이의제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자체가 발주해 조달청이 주관한 입찰에서 탈락 업체가 해당 공무원들의 징계까지 초래할 수 있는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대로템이 국내 철도 차량 시장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사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1999년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등 3사가 통합돼 출범한 후 국내 전동차 공급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특히 지하철차량은 1970년대 최초 도입된 차량들이 노후화되면서 교체 주기가 도래해 향후 5~10년 내 서울시 2조원 등 전국적으로 약 5조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하철 2호선 차량 200대 입찰은 이같은 초대형 시장의 전초전 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당한 입찰 절차를 밟아 내용상 문제가 없다며 법적 다툼에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20년 가까운 독점 체제 속에서 지나치게 차량 단가가 높아졌고 유지보수 등에서도 시간ㆍ비용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차량 구매선에서 경쟁체제 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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