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전병일 대우인터 사장, 오늘 '운명의 날'

미얀마 가스전 매각 반대해 포스코 수뇌부와 이견
16일 오후 대우인터 임시 이사회서 거취 표명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반대해 포스코그룹 수뇌부와 이견을 보인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사장은 16일 오후 5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사무소에서 열리는 대우인터내셔널 임시 이사회에 참석,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스전 매각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을 충분히 해명한 뒤 자진 사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업과의 불화가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전 사장은 지난 12일 "조만간 공식적인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안팎의 잡음으로 조직과 임직원 여러분께 더이상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시사한 셈이다. 전 사장이 사퇴할 경우 '미얀마 가스전 항명사태'로 촉발된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 간 갈등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두고 전 사장의 해임과 사퇴 거부, 해임 번복 등을 거치며 내홍을 겪었다. 갈등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포스코는 조청명 가치경영실장(부사장) 좌천, 홍보 임원 경질까지 단행했지만 갈등을 봉합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포스코 임원에 이어 대우인터내셔널의 수장 역시 자리에 물러나는 것으로 표면적인 갈등은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잔불은 남아 있다. 대조적인 기업문화에서 비롯된 갈등의 뿌리는 해소되기 보다 깊어진 양상이다. 포스코의 관료 중심주의는 더욱 고착화됐고 대우인터내셔널의 '대우맨'이라는 정체성은 더욱 공고해졌다.

권오준 회장의 조직장악력과 리더십은 크게 실추됐다. 전 사장 후임 인선에도 더욱 골머리를 앓게 됐다.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의 동요를 잠재우면서도 포스코그룹과의 관계에서 탈이 없는 인물을 선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 내부 인물을 선임하는 것과 포스코에서 내려보내는 것 모두 어려운 선택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이 수장의 매각 반대 결정부터 사퇴 반대까지 모든 과정을 지지한 만큼 갈등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며 "결과적으로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 모두 생채기만 남긴 셈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