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차기 인천공항의 대표 터미널이 될 제 2터미널을 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맞붙였다.
양사는 운영계획서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지난 5일 제출하고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대한항공은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로서 환승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터미널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며 아시아나는 소속 항공동맹체 12개 항공사와 함께 허브터미널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상징' 될 인천국제공항 제 2터미널= 제 2터미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조2000원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연면적 38만4000㎡)로 2017년까지 완공할 계획인 신규 터미널이다.
1터미널은 지난해 연간 이용객 45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미 포화상태다. 공사는 1800만명(화물 130만톤)을 수용할 수 있는 2터미널을 2018년부터 운영해 수용용량을 6200만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 2터미널의 규모는 제 1터미널보다 작지만 향후 증축도 가능하게 설계됐다. 또 환승 편의도 제 1터미널보다 높게 짜여졌다. 향후 새로운 터미널이 인천공항을 대표할 것이라는 점에서 승객들의 선호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제 2터미널 운영사업자는 지난 2012년 선정할 계획이었다. 공항시설을 운영할 항공사를 먼저 선정한 뒤 항공사가 공항을 설계(고객주문서비스, Customized Service)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양사간 과열 경쟁으로 사업자 선정이 3년 뒤로 미뤄졌다.
◆대한항공, 전용터미널로 운영= 대한항공은 제 2터미널을 전용터미널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41개국 117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 항공사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연간 이용객(인천공항 기준)은 1423만4465명에 달한다. 대한항공만으로도 1800만명 규모 신규 여객터미널에 입주하는데 무리가 없다.
대한항공은 최근 중국내 4개 노선을 신규 취항한데 이어, 브라질ㆍ스페인ㆍ아르헨티나 등지의 현지 항공사와 공동운항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국적 대표항공사가 전용터미널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항공사로서 제 2 여객터미널을 전용터미널로 활용하면서 하늘 길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을 목표로 환승객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도 제 2터미널은 대한항공이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천공항 환승객의 70% 이상이 대한항공 승객이며 이중 98%는 대한항공으로 갈아타는 승객으로 환승객을 위해서도 전용터미널이 필요하다는 게 입장이다.
◆아시아나, 항공동맹체와 함께 운영= 아시아나는 제 2터미널을 아시아나가 소속된 항공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와 함께 입주할 계획이다.
아시아나의 지난해 연간 여객은 1100만명(인천공항 기준) 정도로 제 2터미널을 전용터미널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천공항을 취항 중인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 싱가폴, ANA 등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12개 항공사의 연간 이용객은 1500만명 수준으로 대한항공과 비슷하다.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항공 등 유럽과 미국 대표항공사들이 현 탑승동에서 제 2여객터미널로 이주하면서 인천공항을 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활용할 경우 환승객 확대 효과는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시아나는 지난 2008년 인천공항공사가 활주로와 탑승동 증설을 앞두고 사무실ㆍ주기장을 재배치하면서 대한항공을 제1터미널 동편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제 2터미널 입주는 아시아나가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공사는 대한항공이 우리나라 최대 항공사라는 점에서 대한항공을 제1터미널 동편에 배치하고 아시아나를 서편으로 밀어냈다.
제 1터미널 동편은 활주로가 2개인 반면, 서편은 1개가 배치돼 있다. 이ㆍ착륙시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져, 추가 비용이 소요되며 승객들의 불만도 가중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아시아나 측의 주장이다.
또한 아시아나가 제2터미널로 이전시 대한항공은 이전이 필요하지 않지만 대한항공이 제 2터미널로 이주한다면 아시아나도 동편으로 이전해야하기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각축전 결과는?= 항공업계에서는 어느 쪽이 선정되든 간에 인천공항공사가 선정되지 않은 항공사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공개로 입주 항공사를 선정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착륙료 및 사무실 임대료 인하 등의 반대급부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공사는 지난 2008년 외항사를 탑승동으로 옮기면서 항공사의 사무실과 라운지, 주기장 이전비용 지원, 탑승동 탑승교 사용료 10%를 3년간 감면하는 것 등으로 모두 68억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하지만 외항사들은 한국 항공사에게만 특혜를 제공한다며 반발한 바 있다. 국적 항공사의 제 2터미널 배치에 따라 외항사들의 불만이 다시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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