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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 이야기]화폐 속 '얼굴'에 숨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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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설립 후 최초 은행권 '이승만 초대 대통령' 등장
저축 장려하려 '모자(母子)' 등장시키기도…최단명 화폐로 기록


[쩐 이야기]화폐 속 '얼굴'에 숨은 사연 1956년 발행된 500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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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1950년 한국은행이 설립된 이후 우리나라 화폐에 최초로 등장한 '얼굴'은 누구일까요? 바로 이승만 당시 대통령입니다. 한국은행이 최초로 발행한 은행권인 1000원권에는 두루마기를 입은 대통령이 앞면 왼쪽에 새겨져 있습니다. 주일 대표부내에 걸려있던 이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후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 전 대통령은 지폐에 계속 등장했습니다. 10년간 얼굴의 위치는 좌에서 우로 이동했는데, 그간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1953년 통화조치로 화폐단위가 '원'에서 '환'으로 바뀐 후 1956년 발행된 500환에는 이 대통령의 얼굴은 지폐의 중앙에 자리했습니다.

하지만 2년만에 그 위치가 오른쪽으로 바뀌었는데요. 이유를 주목해 볼만 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돈을 반으로 접어 보관해 '국부(國父)의 얼굴'이 훼손된다는 일부 지도층의 거센 항의 때문이었는데요, 당시의 권위주의적 시대 분위기를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렇게 왼쪽에서 오른쪽로 이동하는 동시에 두루마기에서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기도 합니다.


4.19혁명 후 우리나라에 지폐에는 처음으로 한글이 등장합니다. 지폐에 등장하는 얼굴은 '세종대왕'으로 변경됐습니다. 1960년 8월15일 발행된 1000환, 다음해 4월19일에 발행된 500환 둘 다 세종대왕의 얼굴이 새겨졌습니다.


[쩐 이야기]화폐 속 '얼굴'에 숨은 사연 1962년 발행된 개갑 100환권


이후에는 우리나라 지폐에 유일하게 '보통사람'이 등장합니다. 1962년 발행된 100환에는 저축통장을 들고 있는 엄마와 아이가 나옵니다. 당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추진하면서 저축정신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여성이 최초로 화폐에 등장한 사례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 지폐의 수명은 길지 못했습니다. 그해 6월10일 통화조치로 20여일만에 유통이 금지되면서 역대 최단기간 유통 화폐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쩐 이야기]화폐 속 '얼굴'에 숨은 사연 1972년 발행된 5000원권


지금처럼 1만원권에 세종대왕, 5000원권에 율곡 이이가 등장한 건 1972~1973년인데요. 이 과정에도 웃지 못할 사연들이 숨어있습니다. 1970년대 현금수요 급증으로 고액권 발행을 결정되면서, 1만원권 앞면 도안으로는 본래 '석굴암 여래좌상'이 채택됐었습니다. 그러나 발행을 코앞에 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할 결과 '종교적 상징물로 정부가 특정종교를 두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요. 이 때문에 1만원권은 1년 늦은 1973년 세종대왕의 얼굴이 새겨져 발행됐습니다.


5000원권은 1만원권보다 한 해 앞서 발행됐는데, 이때 율곡 이이의 얼굴은 지금과는 사뭇 다릅니다. 오똑한 콧날에 두툼한 눈썹을 한 '서양 율곡'이 등장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화폐를 찍어낼 기술이 없어 영국에 인쇄를 의뢰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1977년 우리 기술로 돈을 찍어내기 전까지 5000원권에서는 '서양 율곡'을 봐야만 했습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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