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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발트뷔네와 남산 야외음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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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발트뷔네와 남산 야외음악당 허진석 문화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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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꿈이 있다. 발트뷔네(Waldbuehne)에 가기. 독일의 베를린 외곽, 샤를로텐부르크에 있는 야외공연장이다. 숲(Wald)과 무대(buehne)를 합쳤으니 '숲 속의 무대'이다. 1935년에 아돌프 히틀러가 세워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는 체조경기가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스포츠 경기나 문화행사가 열렸다. 1964년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이곳에서 연설했다.


발트뷔네에서는 매년 6월 마지막 일요일에 베를린 필하모닉(베를린 필)의 연주회가 열린다. 올해는 6월28일이다. 베를린 필이 일 년에 세 차례 하는 특별연주회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둘은 매년 5월1일 베를린 필 창립을 기념하는 유로파콘서트, 12월31일에 하는 송년 연주회다.

유로파콘서트는 1991년에 시작됐다. 유럽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한다. 올해는 그리스 아테네의 메가론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사이먼 래틀 경의 지휘로 조아키노 로시니의 '세미라미데 서곡', 장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로베르트 슈만의 '교향곡 제3번'을 연주했다.


발트뷔네 연주회는 가장 사랑받는 행사다. 올해는 래틀 경의 지휘로 에드바르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와 '벤허' '해리포터' 'E.T' 등 영화 음악을 연주한다. 그리그 협주곡의 피아노 연주는 중국의 랑랑(朗朗)이 한다.

발트뷔네는 스치되 손은 닿지 않는 인연이다. 가장 가까이 갔을 때는 2012년이었다. 나는 그해 7월에 독일을 여행했다. 18~19일에는 베를린에 있었다. 숙소도 샤를로텐부르크 근처에 예약했다. 만사 순조로웠다면 6월에 출발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발트뷔네를 일정에 넣었으리라. 그러나 일을 마치지 못했다.


올해도 틀렸다. 어차피 아테네에 가기는 어려웠다. 회사원이 무슨 재주로 5월 첫날에 아테네에 가서 음악을 듣겠는가. 조금 무리를 하면 발트뷔네에는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곧 휴가철이 시작되므로 미리 예약해 두면 베를린을 향해 출발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무리할 일이 남았다.


단지 음악을 듣기 위해 아테네나 베를린에 갈 필요는 없다. 서울에서도 거의 매주 일류 악단의 연주회가 열린다. 올해만 해도 베를린 방송교향악단(3월13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4월 20~23일), 북독일 방송교향악단(5월26일)이 다녀갔다. 다음 달 26~27일에는 드레스덴 필하모닉이 온다.


발트뷔네 연주회는 '피크닉 콘서트'라고 한다. 청중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편안히 음악을 즐긴다. 음식을 가지고 가서 와인을 마시며 음악에 취한다. 나는 이 자유로운 공기가 부럽다. 원래 음악이란 기침을 참아가며 컴컴한 실내에 쪼그려 앉아 듣는 게 아니었으리라.


서울에서 나고 자란 베이비붐 세대라면 초등학교 시절 한 번은 남산으로 소풍을 갔을 것이다. 앨범을 뒤져보라. 조개껍질 모양으로 지은 구조물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없는지. '남산 야외음악당'. 한국의 발트뷔네가 되었을지 모를 건물이다. 1963년에 다 지어 7월25일 밤에 기념 연주회를 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프리드리히 헨델의 '수상음악', 조지 거쉬인의 '파리의 미국인' 등을 연주했다.


이곳에서 열리는 연주회는 갈수록 줄었다. 1963년에 20회, 1964년 16회, 1965년 4회, 1966년 3회…. 대신 정치집회와 종교행사가 열렸다. 1973년 4월22일 부활절 예배 때는 박형규 목사가 '민주주의 부활'을 외쳤다가 나중에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구속됐다.


야외음악당은 '제구실을 다하지 못 한다'는 이유로 1980년 5월17일에 철거됐다. '5ㆍ18' 하루 전이었다. '남산'은 무서운 곳이 됐다. 그리고 스포츠(sports)와 섹스(sex), 영화(screen)로 대중을 마비시킨다는 '스리에스(3S)'의 시대가 열렸다.




허진석 문화스포츠레저부장 huhba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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