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장 출마 암시, 親 블라터 세력이 걸림돌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64)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프 블라터(79)가 비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자리도 시야에 넣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FIFA 회장에 출마 여부에 대해 "국제 축구계의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하겠다. 결심이 서면 구체적인 계획을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암시는 분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을 관리하는 단체가 의혹을 사면 당연히 책임자가 물러나야 한다. 현 집행부는 FIFA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차기 회장 선거는 FIFA의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나도 돕겠다."
기자회견장에는 AP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들도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정 명예회장은 자신이 '반(反) 블라터' 세력임을 강조하면서 차기 회장 후보의 이미지를 굳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정 명예회장을 '잠재적인 후보'로 분류했고, 영국 'BBC'에서도 그의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정 명예회장이 출마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공백' 때문일 것이다. 그는 1994년부터 16년 동안 FIFA 부회장으로 일했고,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FIFA 부회장 선거에도 나갔다. 여기서 낙선한 뒤 축구 행정에서 손을 뗐다. 그 동안 그의 지지 기반은 약화됐다.
정 명예회장은 이르면 오는 12월 임시총회에서 열릴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국제 축구계의 동향과 경쟁 후보들의 움직임을 먼저 파악할 계획이다. FIFA 회장은 209개 회원국 축구협회장의 투표로 선출하며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얻으면 당선된다. 1차 투표가 부결되면 2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야 한다.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유력 후보 1순위는 미셸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다.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에 진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도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는 4년 전 부회장 선거에서 정 명예회장을 다섯 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정 명예회장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중동 축구의 견제, '친(親) 블라터' 세력의 집결 가능성도 있다. 블라터가 측근을 차기 수장으로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정 명예회장이 블라터와 가까운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55)에 대해 "선거 관리와 자금 운용 등 공식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요구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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