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제프 블라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1998년부터 17년 동안 지킨 권좌에서 물러난다. 부패 스캔들과 이에 연루된 측근들의 소환조사로 자신을 겨냥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사퇴를 결심했다.
블라터 회장은 3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밝혔다. 그는 "계속 FIFA의 수장으로 일하는데 세계 축구계가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FIFA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퇴 발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회장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지 나흘 만이다.
블라터 회장은 FIFA 규정에 맞춰 자신의 후임을 뽑는 선거를 가능한 일찍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정규총회가 내년 5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지만 과도하고 혼탁한 경쟁을 우려해 임시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뽑을 것을 제안했다. FIFA는 올 12월과 내년 3월 사이로 임시총회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블라터는 새 회장을 선출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회장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스위스 경찰은 FIFA 회장 선거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총회 참석을 위해 '바우어 오 락' 호텔에 묵고 있던 FIFA 집행위원 일곱 명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미국 연방 경찰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비리혐의가 드러났다며 집행위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검찰도 FIFA 본부를 수색해 전자서류와 문서, 스위스 은행의 계좌 등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월드컵 개최국 선정과 중계권 협상, 후원사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1억 달러(약 1100억원)에 달하는 뇌물이 집행위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블라터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55)도 비리혐의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ABC 방송은 "미연방수사국(FBI)과 연방 검찰이 블라터 회장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블라터 회장이 사임하면서 그의 대항마로 나섰던 국제축구계 인사들이 차기 회장직을 놓고 경쟁할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미셀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그는 FIFA에 대한 수사가 드러나자 블라터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반대 세력으로서 목소리를 냈다. 스타 선수 출신으로 유럽 축구계의 지지를 얻는 것도 장점이다. 블라터 회장과 이번 선거에서 경쟁한 알리 빈 알 후세인(40) FIFA 부회장도 재출마를 노린다. 그는 "이제 미래를 봐야 한다. 내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CBS 방송은 이밖에 포르투갈 국가대표 출신 루이스 피구(43)와 테드 하워드(69)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사무총장, 이사 하야투(69)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 등을 후보로 전망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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