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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책으로 다시 살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1초

벼랑에 선 사람들 책이 붙잡아 주더라

[최보기의 책보기] 책으로 다시 살다 책으로 다시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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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르뽀’나 ‘수기’등 사실에 근거한 논픽션이 문학의 한 장르로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학의 범주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순수문학(픽션)의 강한 전통이 논픽션을 홀대해서 그런 것 아닌가 짐작만 해볼 뿐이다.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 참조, 푸른역사 펴냄.)
그런데 필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을 들라면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이란 책을 감히(?) 들겠다. 행정고시, 사법고시 교재와 관련된 출판사에서 꾸준히 출판하는 이 책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필독서였다. 시험에 실패한 고시생들은 너나없이 마찬가지로 거듭되는 실패를 딛고 끝내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의 절절한 수기를 읽으며 감동과 위로, 다시 도전하는 용기를 얻었던 것이다. 그 책을 탐독했던 그들이 지금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정관재계의 고시 출신 엘리트들 아닌가 말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변신’을 쓴 카프카가 ‘책은 주먹과 도끼가 돼 잠든 우리의 영혼을 깨운다’ 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비슷한 말을 ‘이방인’의 알베르 카뮈도 했다고 한다. 글을 쓰기 이전에 아마도 남다른 독서량을 자랑했을 세계적 작가들의 말이라서 예사롭게 들리지가 않는다.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는 ‘책은 도끼다’(박웅현 지음)의 의미도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겠다.
‘책을 읽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김영하 소설가는 “예기치 않은 일이 이야기의 본질이다. 순탄하고 성공적인 삶은 소설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주인공의 ‘시련’에 공감한다. 굴곡진 것이 인생, 그것을 헤쳐나가는 것도 인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서는 실패를 이기는 힘,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힘을 준다. 주제를 뻔히 알면서도 톨스토이의 대작 ‘안나카레니나’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굳이 읽는 이유가 그런 것”이라고 한다.
‘책으로 다시 살다’는 책은 제목 그대로, 김영하 작가의 주장처럼, 딱 책에서 다시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들의 매우 ‘구체적이고 행복한’ 수기들이다. 오직 ‘나’를 위해 과감하게 ‘독서’의 길을 찾았던 사람, 직장과 사업에 실패해 고난에 처했던 사람, 자신의 건강이나 주변 사람으로 인해 힘들었던 사람, 학력차별에 서러웠던 사람, 갈길 몰라 방황했던 청춘 등등이 작심하고 책에 빠져 살다가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마침내 자신의 행복한 삶을 책과 함께 이뤄낸 수기들이다.
현재진행형인 25명의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책은 인생의 도끼이자 주먹, 의사이자 자양강장제’임을 증명한다. 어렸을 때 아무 개념 없이 엄마가 할부로 구입해 던져준 세계문학전집과 살았다가 한동안 책을 멀리했던 사람도 있고, 인생 나고 처음으로 책과 친해진 사람도 있다. 직장 은퇴 이후엔 책과 살아보겠다 결의했던 사람도 있고, 함께 책 읽고 토론하면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 것에 감탄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독서에 입문할 때 어떤 책들을 읽으면 좋은지, 어떤 방법으로 읽으면 좋은지 선험자의 노하우가 있다. 책만 읽는 것으로도 행복하게 먹고 살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놀라움이 있다. (책으로 다시 살다 / 숭례문학당 엮음 / 북바이북 / 1만 4천 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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