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오픈 1라운드서 보기만 9개 '컷 오프' 위기, 안병훈 공동 90위 '난조'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9오버파 80타.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스코어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것도 고향 북아일랜드에서다. 29일 새벽(한국시간) 북아일랜드 뉴캐슬 로열카운티다운골프장(파71ㆍ7186야드)에서 끝난 유러피언(EPGA)투어 아이리시오픈(총상금 250만 유로) 첫날 버디는 1개도 없고, 보기만 무려 9개를 쏟아냈다. 155명 가운데 공동 150위, '컷 오프'를 당할 수도 있는 처지다.
이 대회는 특히 매킬로이재단에서 후원하는 무대다. 매킬로이는 존폐 위기의 고국 대회를 살리기 위해 두바이면세점을 타이틀스폰서로 유치했고, '더플레이어스 챔프' 리키 파울러(미국)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 월드스타들을 출전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는 남아프리카오픈에 출전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데려왔을 정도다.
하지만 바람에 발목이 잡혔다. 바로 매킬로이의 '아킬레스 건'이다. 2011년 디오픈 직후 "비바람 등 날씨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이런 대회에서는 내 스타일의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타이틀방어에 나선 호주오픈에서는 선두권을 달리다가 바람이 강했던 3, 4라운드에서 6오버파를 치며 공동 15위로 추락했고, 2월 혼다클래식에서는 '컷 오프'로 체면을 구겼다.
이날은 더욱이 아침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고, 우산이 뒤집힐 정도의 돌풍이 가세한데다가 서너 차례 소나기까지 퍼부었다. 10번홀(파3)에서 출발해 11번홀(파5) 보기, 15~18번홀에서는 4연속보기를 범하며 속절없이 무너진 이유다. 페어웨이를 지킨 게 고작 6차례, 후반 4, 5번홀과 7, 8번홀에서 두 쌍의 연속보기를 더했다. 36개의 퍼팅으로 그린에서는 그야말로 무기력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3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타를 줄여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66타는 1939년 지미 브루인이 수립한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이고, 1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작성한 선수는 13명에 불과했다. 매킬로이는 "바람이 강해 아이언 샷이 뜻대로 되지 않아 그린을 여러 차례 놓쳤다"며 "3~5m 안팎의 파 세이브 퍼팅 또한 굴곡이 심한 그린에서는 만만치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국내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BMW PGA챔피언십 챔프' 안병훈(24) 역시 6, 9, 12, 14번홀에서 보기만 4개를 범하면서 공동 90위(4오버파 75타)로 추락하는 등 사정이 비슷했다. 페어웨이안착률 43%에 그린적중률 50%로 필드 샷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라운드 내내 가시밭길을 걸었고, 30개의 퍼팅을 했다.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과 막시밀리안 키퍼(독일) 등 공동선두(4언더파 67타)와는 8타 차, 2주 연속 우승을 위해서는 2라운드에서의 반전이 필요하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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