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재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장, 5060 이모작 지원
LG맨에서 변신..과거 버리고 무급 사회활동 시작
"인생 새 보람 찾는 분들 보면 뿌듯"
[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인생 이모작은 돈을 버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조헌재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장(64)은 "돈벌기를 목적으로 한 인생 이모작 설계는 실패할 확률이 높을 뿐더러 의미도 없다"고 강조한다.
조 센터장은 "돈이 목적인 일이 아닌 지금까지 내 인생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데서 시작하면 보람도 찾고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며 은퇴설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원래 LG전자와 LG CNS 등을 거친 LG맨이다. 50세에 회사를 그만두고 협력회사 관련된 사업을 하기도 했다. 사업을 그만두게 됐고 또 다른 '일'을 찾았지만 마땅치 않았고 그러던 중 희망제작소 '행복설계아카데미' 과정에서 교육 받은 후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다.
"대접받던, 잘나가던 과거를 버리고 내 경험을, 내 재능을 나누자. 돈이 아닌 보람을 쫓자." 그는 아카데미를 통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비슷한 처지의 은퇴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12명이 뜻을 모았다. 이후 사단법인 '희망도레미'에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사회경험들을 나눠줄 수 있는 여러가지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희망도레미는 지난 2012년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운영에 관한 위탁경영을 맡아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희망도레미는 사회 각계각층의 은퇴자 12명이 각자 300만원씩 출연해 임의단체로 출발해 현재는 37명이 함께하고 있다. 희망도레미는 마이크로크레디트(취약계층 대상 무담보 소액대출)나 소상공인 컨설팅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조흥은행 부행장 출신의 한석규 전 센터장이 초대 센터장으로 센터를 이끌어 오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면서 조 센터장이 지난해 8월부터 센터를 이끌고 있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잘나가는(?) 단체의 장이라고 하니 월급도 많이 받겠거니하고 생각했는데 무급이란다. 무보수로 센터에 상근하며 서울 영시니어의 이모작을 돕는다.
"센터를 찾는 분들의 만족감이 높은 편입니다. 처음에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방문하는 분들이 많은데 다양한 교육이나 활동 등을 통해 생각이 바뀌고 인생에서 새로운 보람을 찾으시는 분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조 센터장은 센터 일 외에 외국어 공부에 열심이다. 그는 퇴직 이후 가이드 없는 중국대륙 횡단을 목표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중고급 수준에 해당하는 HSK5급을 땄다. 고급수준인 6급도 준비 중이다. 일본어도 욕심이 생겨 공부를 시작했다. 아직 초급단계지만 가이드 없이 일본을 여행할 꿈을 꾼다.
"외국어를 하게 되면 여러가지 가능성이 많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언어를 배워 여행을 좀 더 깊이있게 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지만 센터일을 그만두게 되면 몸이 허락하는 선에서 중국과 일본을 주기적으로 여행하며 문화를 배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만 해도 남은 여생이 뜻깊지 않을까요."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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