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보니…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프로파일링하라"
"귀농은 준비 철저히 해야 실패 방지"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인생 2막', 축복일까 ? 고통일까 ? 막상 퇴직하면 불안이 엄습하기 마련이다. 실직 그리고 새로운 인생 2막에 대한 심리적 압박은 실로 감당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노후 자금이 마련돼 있는 사람이라도 퇴직은 우울함과 허무함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무엇부터 시작해야할 지 막막하다.
◇ 변화를 인식하고 자신을 프로파일링하라 = 전문가들은 "퇴직자가 가장 먼저 자신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철저히 점검하라"고 주문한다. 또한 "자존감과 자긍심을 잃지 말라"고 권고한다. 퇴직자들은 동창회나 각종 교우관계를 끊고 집안에 칩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직장에 다닐 때처럼 일상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직자 중에는 "직장은 나오니 사람들이 모두 외면하는 것 같았다. 쉽게 만나주지도 않고. 친한 이들도 밥 한끼 나누기조차 어려워졌다"며 "황량한 세상에 홀로 서 있는 듯 외롭고 힘들어 퇴직 후 사람들을 외면했다"는 이들도 있다. 퇴직자에게 가장 무서운 병은 자존감 상실이다. 이에 지세근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장은 다른 재취업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재취업 희망자들의 가져야할 자세로 "먼저 재취업 활동기간 중 자긍심과 자존감을 잃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스스로를 위로하며 은퇴를 노화처럼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놀려고해도 놀 방법을 모르고, 친구들도 곁에 없고, 일하려 해도 일자리가 없어 갑작스레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 할 수 있다. 김동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장은 "재취업 자리를 알아보기 전에 자신의 정서 상태와 기술 보유 정도, 생애 설계, 자금 여력, 가족관계 등 나를 둘러싼 여건 등을 면밀히 파악, 중장기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한다. 일종의 자기 진단 및 라이프 스타일 재점검, 생애설계 등 퇴직 후의 행복한 삶을 위한 기틀을 구상하 는 작업이 최우선이다.
◇ 정보 수집을 게을리하지 마라 = 다음으로 재취업 정보 수집 및 활동이다. 대체로 처음에는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보는게 보통이다. 김영희 한국무역협회 중장년 일자리센터장은 "많은 이들이 더 이상 구직활동을 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센터를 찾는다"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구직자들은 처음부터 지자체 구직센터 및 공기관 재취업센터, 재취업 박람회, 각종 재취업 세미나 등을 찾아 정보와 방법을 탐구할 것"을 주문한다.
김영희 센터장은 재취업 노하우로 ▲ 자신감과 자존감 회복 ▲ 자기 변화 및 소통 ▲ 가족간의 유대 등을 재취업 성공의 첫걸음으로 꼽는다. 김동준 센터장의 경우구직자들에게 항상 '재취업 5계명'을 강조한다. 김 센터장의 재취업 5계명은 ▲ 칩거에서 벗어나라 ▲ 직장을 찾고 있음을 주변에 알려라 ▲ 내게 적합한 채용정보를 추출하라 ▲ 입사지원 전에 회사를 분석하라 ▲ 기본에 충실하라 등이다. 김동준 센터장은 "재취업의 지름길은 평소처럼 자신감을 갖고 사람들과 교제하고, 전직할 것인지 이직할 것인지 목표를 분명히 결정해 대응하라"며 "퇴직에 당황하지 말고 먼저 취업알선기관에 나가 정보를 모으고, 상담하고, 재취업에 필요한 준비를 하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찾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재취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누구든 거실에서 뒹굴며 TV나 보고 있다고 취업되지는 않는다. 구직사이트 역시 만능은 아니다. 봉사활동을 하고, 일당 받는 일이라도 하면서 꾸준히 구직활동을 전개한 사람이 먼저 취업하기 마련이다. 이에 일자리센터에 나가 경력 분석 및 설계, 이력서 작성, 면접 및 취업 후 업무 적응, 재취업·창업 정보 취득, 자기 진단, 심리진단, 경력 관리, 은퇴에 따른 재무·회계 설계 등 다양한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직업 훈련, 알바도 도전하라 = 향후 10여년 동안 매년 베이비부머 30만∼40만명이 은퇴, 구직난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반면 전경련이 조사한 '2014 중장년 재취업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퇴직 준비가 안 돼 있다. 행복한 은퇴를 위해서는 자산, 건강, 화목한 가정, 평생직장과 직업, 자기계발이 필수다.
실례로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퇴직 후 동부기술원에 나가 2년 동안 보일러 기사 자격증 7개를 따 월급 150만원 수준의 빌딩관리회사 보일러 수리공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4000여명의 재취업을 도운 지세근 센터장은 "눈높이를 낮추고 현실에 맞게 새로운 기술을 습득, 나이와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일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어느 때나 나이와 상관없이 취업 가능한 직업상담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등 중장기 계획을 세워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 귀농귀촌, 얕보지 마라 = 귀농·귀촌도 은퇴자들이 검토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64%가 귀농귀촌을 꿈꾼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은퇴자 역시 한두번은 고향에 돌아가거나 전원속에서 그림같은 집을 지어놓고 텃밭을 일구며 사는 상상을 해봤을 법하다. 직장생활하는 동안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동료들과의 불화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전원은 마음의 안식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만만히 돌아갈만한 곳은 아니다. 연금생활자라면 몰라도 농사 외에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경우 주저할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2012년 귀농귀촌 인구는 5만6267명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1.5배 수준으로 귀농귀촌은 갈수록 늘고 있다. '탈 도시화'는 2030세대 뿐만 아니라 50대 이상 퇴직자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사회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난 것은 전원생활에 대한 갈망, 고부가가치 농업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40대 이하 젊은 층과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움직임이 두드러진 때문이다.
하지만 귀농·귀촌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귀농·귀촌가구의 6.5%, 5.4%가 정착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난다. 생각만큼 귀농·귀촌이 쉽지는 않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최근 귀농자들이 도시로 되돌아가는 역류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다.
김경래 오케이시골 대표는 "연금생활자가 아니라면 농사를 지어 자립해야 하지만 과수, 화초 등 원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또한 시설 등 초기 투자비도 많이 소요되므로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말한다. 주거 및 난방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 쉽게 판단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귀농하고자 한다면 5년 정도 준비과정이 요구된다. 먼저 2년동안은 기본계획을 세우고, 3년은 이주에 필요한 작업들을 서서히 진행하는게 좋다. 가령 농어촌 정착시 수익모델, 땅 구입, 기존 주택 매각 등 해야할 일이 많다. 또한 농업기술 취득, 자금 마련 방안 등 현실문제도 수반하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계획과 농사 기술 확보다."
김 대표는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주거 마련"이라며 "새집을 지을 경우 과도한 투자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기존주택을 수리해 쓰는 방법도 고려할만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 귀농 귀촌을 위한 농업 기술 등의 습득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 발품을 팔아야 기회 온다 = '결코 지지않는 노병'인 중장년들이라면 구직의 길이 막혔다고 절대 포기하지 말고,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견디고 이겨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중장년 일자리센터에서는 경영, 해외 및 국내 영업, 무역, 재무, 회계, 생산 등 전 분야에 걸쳐 취업 컨설팅을 진행한다. 일대일 대면, 이메일, 이력서 및 면접 클리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담도 이뤄진다. 전경련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30대 그룹 퇴직자의 재취업을 돕는다. 그 외에 중소기업 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에서 중장년 일자리 알선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 및 각종 직능협회에서도 재취업 관련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할 경우 다른 방법보다 일자리 찾기가 용이하다. 재취업 희망자라면 김영희 센터장의 말은 귀담아 들어봄 직하다.
"다시 현역으로 첫발을 내딛고 싶다면 우선 아는 사람들을 찾아가 부탁하기 보다는 우리 센터와 같은 상담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곳에는 수만개의 중소기업과 해외 일자리 등 다양한 정보가 모여 있고, 일대일 맞춤형 상담 등 체계적으로 취업 관리를 실시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그리고 자신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재취업 일자리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인내를 갖고,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면 얼마든지 기회가 온다. 은퇴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인생을 멀리까지 설계할 수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여기까지 준비됐다면 마지막으로 '가족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특히 배우자의 지원과 밝은 가정 생활이 큰 도움이 된다. 그래야 가족들이 조금씩 아버지의 무게를 덜어주려 하고, 함께 힘이 돼준다. 가족은 가장 큰 지원군이다. 그들을 내 편을 만들고 밝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해야 삶을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다. 다시금 세상과 겨뤄볼 힘이 생겼다면 이제 모든 문제는 풀린 것과 같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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