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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손(275)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9초

당신 손을 잡고 있노라면 이 따뜻한 무엇이 어찌 이렇게 사람을 흐뭇하고 야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나와 똑같이 심장에서 흘려보내는 피와 머리에서 이어져 나온 신경, 그리고 진흙으로 빚고 광합성으로 얽어낸 살들, 그런 것들이 이룬 이 작은 당신의 일부를 가만히 쥐고 있는 일이 어떻게 이런 기쁨이 될 수 있는지요.


손의 굴곡들을 가만히 따라가거나 손의 질감과 살결의 탄력들을 느끼는 일, 그것이 이룬 습곡과 분지와 살 무덤들을 살며시 어루만지는 일, 혹은 어느 핏줄이 그 안에서 따뜻하게 쿨럭거리는 일, 혹은 손등 혹은 손뺨과 이어진 손목의 갸름한 굴곡으로 슬쩍 더듬어 오르는 일, 혹은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의 물갈퀴 없는 따뜻한 굽이에 내 손가락을 곱게 끼워 넣는 일, 혹은 손등에 손등을 부비는 일, 혹은 손금을 따라 그 운명의 실선들을 복기해보는 일, 혹은 손등과 손볼을 아래 위로 꼬옥 누르며 그 두께를 느껴보는 일, 귀엽게 숨은 새끼손가락만을 불러내어 만지작거리는 일, 그냥 손바닥에 손바닥을 대고 천천히 돌리며 지문들을 느끼는 일, 손바닥 속 가득 그 손등을 껴안고 그 안의 꼼지락거림을 느끼는 일, 그 부드러운 손바닥에 뭔가 말할 수 없는 말을 빠르게 적어버리는 일, 그냥 아담과 이브처럼 손끝과 손끝으로 아슬아슬하게 닿은 채 그 한 점으로 완전한 당신을 느끼는 일.


손 한 번 잡고 있는 일이 이렇듯 수없는 에로틱한 풍경들을 만들어냅니다. 당신과 나, 그저 손 한 번 잡기도 쑥스럽고 민망한 사이지만 그 가운데에도 우린 거의 완전한, 그운 장편소설을 몇 편 쓰고도 남았습니다. 그것 밖에 더 큰 사랑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당신 손바닥에서 헤매고 있는 이대로가 너무 좋습니다.






이상국 편집부장·디지털에디터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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