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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나폴레옹 사전(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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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사전에도 불가능이 있어야 하는 7가지 이유


나폴레옹의 사전은 한 낱말이 빠진 덕분에 세상의 어떤 사전보다 유명해졌다. 대체로 사전이란 것이 많이 갖출수록 미덕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이런 유명세는 뜻밖의 일이다.

물론 그것이 지닌 기본적인 장점이 있다. 나폴레옹은 많은 사람들에게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인생관을 심어주었고, 나폴레옹의 저 사전은 절망이나 좌절에서 일어서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지금도 저 경구 하나를 흉중에 품고 원대한 포부를 펼치며 닥친 고난들을 이겨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그런데 내가 굳이 저 사전을 문제 삼는 까닭은 세상이 오직 하나의 생각으로만 통일되어 있는 일은 늘 위험할 수 있다는 내 ‘생의 입장’ 때문이다. 그래서 난 가끔 오해를 부르지만 그때마다 붙이는 사족은, 내가 반드시 옳다는 것이 아니라, 옳을 수도 있으니 한번 생각을 바꿔보는 게 어떠냐는 말이다.  


1. 그는 사전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사전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마음에 드는 말만 담는 책이 아니다. 그가 사전을 그렇게 이해했다면 그것은 사전이 지닐 수 있는 위험을 그대로 노출한다. 필자나 독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 말을 아예 사전의 바깥으로 축출해버리는 일은, 히스테리컬한 수구(守舊)와 앞뒤 안 가린 전체주의, 그리고 소수 박해의 한 원형이다. 사전이란 말의 사원이며 소통의 질료들이 넘나드는 곳이다. 언어를 문제삼고 차별하고 권력의 도구로 삼는 곳에는, 늘 반민주적이고 비이성적인 공기가 있다. 나폴레옹이 비록 ‘자유’와 ‘평등’이라는 좋은 취지로 혁명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더라도, 나는 저 사전에 대한 몰이해에서 이미 수상한 기운을 읽는다. 물론 그가 혼자 보는 사전이라면 단어 한 개를 고의로 빠뜨린다 해도 상관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전자사전이 세상에서 절대 알고 싶지 않은 말로 아듀(adieu)를 꼽으면서도 그 사전에 이 낱말을 넣어놓은 까닭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2. ‘없다’는 문제를 배제하는 최면이다
자신만이 가지는 사전이니 있다와 없다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도 자신이리라. 저 ‘없다’라는 말에는 리얼리티를 전달하려는 의욕보다는 주장이 느껴진다. ‘없다’가 아니라 ‘없다고 생각한다’로 느껴진다는 얘기다.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있긴 하지만 나는 없는 것으로 보겠다’라는 말처럼 들린다. 왜 그렇게 들리느냐 하면, 강조하는 말에는 그 반대 상황에 대한 강박이 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가 편찬한 ‘말’의 사전에는 그것이 없을지 몰라도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불가능’이란 말이 인두로 지진 글씨처럼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나는 저 ‘없다’를 자기 최면의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명언에 갈채를 보낸 건 저 최면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면은 이성이 선택할 좋은 방식이 아니다. 우리는 문제를 당당히 바라보고 그것들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배제하는 행위는, 늘 무리수와 폭력을 부른다. ‘없다’는, 과정이 없는 결과중시다.


3. 불가능이란 단어가 없으면 가능이란 낱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가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은, 대립어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이다.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는 말은, 나는 어떤 것을 못할 수도 있어,라는 말을 뛰어넘기 때문에 위대하다. 세상의 개념들은 대체로 짝을 이룬다. 긍정과 부정이 짝을 이루듯, 가능과 불가능도 한 세트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일을 가능에다 두고자 하는 마음은 나폴레옹만이 가지는 게 아니라, 나와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음이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한쪽을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건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나는 불가능이야 말로, 신이 인간에게 말해주는 ‘의미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불가능이야말로 인간의 가능을 예찬하는 가장 강력한 신의 언어이다.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에서 치열한 전투를 펼쳐온 것이 역사라고 말할 수도 있다. 가능과 불가능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 전체를 통찰하고 수긍할 수 있는 안목이야말로, 인간을 지혜와 겸허로 이끄는 힘이 아닐까 한다.


4. 어떤 낱말에는 단순히 그 의미 이상으로 ‘인생에 관한 태도’같은 게 들어있다.
나는 ‘에는’을 문제삼는다. 그 말은 다른 사람의 사전에는 특정 낱말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오직 나의 사전에는 그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이다. 그 ‘에는’은 스스로의 견해와 입장을 높이 사고 타인의 것을 낮춰보는 마음이 있다. 나의 사전을 강조하기 위한 ‘에는’에는 자기 맹신 같은 냄새가 풍겨나온다. 그가 그 뒤에 하고 싶었던 말을 진짜 믿었다면, ‘세상의 사전에’ 혹은 ‘인간 모두의 사전에’로 말했어야 했다. 다른 인간과 자신을 나누는 저 ‘차이’ 강조를, 우린 배워선 안 된다. 그것은 오만이다.


5. 그렇게 말하는 것은 불가능을 겪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일이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좌절을 겪는 것만도 서러운데 나폴레옹은 거기에다 깊은 콤플렉스까지 심어준다. 자신보다 약하고 둔하고 어리석고 무능한 인간에 대해 조금이라도 배려를 했다면 그렇게 뻐기듯 쉽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6. 낱말은 신념이 아니라 소통을 위한 것이다.
우스개를 하나 하자. 나폴레옹이 어느 날 부하에게 명령을 했다. 러시아를 치러 가자. 부하는 대답한다. 장군님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랬을 때, 나폴레옹은 갑자기 이해가 안 된다. 장군님 그건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지? 그래서 러시아를 치러갔다가 크게 당했다면, 이건 온전히 사전의 폐해라 할 만하다. 사전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다.


7. 그래서 나폴레옹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는 오히려 수많은 불가능을 입증하고, 한때 가능으로 보였던 것들의 결말이 어떠했는가까지 보여주고 갔다. 저 명언은 남아, 사람들에게 희망의 근력을 키워주고 있지만, 사실 저 근력은 일종의 완력이다. 나치가 ‘체력은 국력이다’란 말을 남긴 것처럼 나폴레옹은 저 말을 남겼다. 그러나 저 말의 발설자가 걸어간 길은, 우리들의 희망에 나폴레옹이 절대로 연대보증을 서주지 않을 것임을 웅변하는 셈이다.






이상국 편집부장·디지털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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