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북한에 가지고 가 필로폰 70kg 제조
-북한 지령 받고 황장엽 등 암살 계획 세우기도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북한에서 마약을 제조해 국내 밀반입을 시도하고, 반북 인물 암살 등을 계획한 국내 마약상 3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북한 공작조직 시설에서 필로폰 70kg을 제조하고 주요 반북 인물의 암살을 기도한 혐의로 방모 씨(68)·김모(62)씨·황모(56)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방씨 등 3명은 2000년 7월께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밀입국 한 뒤 북한 공작조직 시설에서 필로핀 70kg을 제조했다. 우리로 치면 국정원에서 마약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필로핀 제조 설비 및 화학약품 등 원료를 구입해 북한으로 밀반출 했다. 밀반출 통로로는 부산-나진 항로가 쓰였다. 이밖에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반응로·냉각기 등은 중국에서 구입해 북한으로 옮겼다.
이들 일당은 제조한 필로폰 중 반을 북한 당국에 주고 나머지를 중국 유통책을 통해 팔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중국 유통책이 마약을 압수당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엉뚱하게도 어느 정도 신뢰관계가 쌓이자 이들에게 간첩 활동을 시키기 시작했다. 2004년 4월께 황씨는 중국에서 북한 인권운동을 하는 독일인 A씨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김씨는 2009년과 2010년 중국에서 10회에 걸쳐 북한공작원으로부터 황장엽 등을 살해하라는 암살 지령을 받고 활동비 약 4만달러를 수수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에 걸쳐 북한공작원에게 가스저장소?열병합 발전소 위치 등 정보를 제공하고 1000달러를 받기도 했다. 그는 2013년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2012-2013 한국군 무기연감'을 서점에서 사 넘겨 주기도 했다.
방씨는 2008년 3월·8월께 중국에서 북한공작원과 만나 마약 거래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관련 첩보를 내사 하던 중 귀순한 북한공작원이 범행을 자백하면서 드러났다.
수사팀 관계자는 "북한이 정찰총국 소속 정예공작원을 탈북자로 위장 침투시켜 황장엽 암살을 시도했을 뿐 아니라 국내 필로핀 조직까지 동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것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공범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여죄를 추궁할 방침이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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