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예비군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인 최모(23)씨의 군 복무시절부터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4번이나 보직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 중앙수사단에 따르면 최씨는 군 복무시 이해력 부족으로 주특기 임무수행에 어려움을 보여 총 4회에 걸쳐 보직이 바뀌었다. 최씨는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3급을 판정받고 2012년 1월 10일 5사단 신교대로 현역 입대했다.
최씨는 2012년 3월2일 81mm 탄약수로 첫 보직을 받았다. 하지만 그해 12월 7월 취사병으로 보직을 옮겼고, 취사병 근무 하루만에 본인의 요청에 의해 K3사수로 보직을 바꿨다. 그 후 2013년 6월2일 전투근무지원병으로 자리를 옮겼던 최씨가 그해 6월27일 다시 소총수로 보직을 바꿨다.
2013년 7월에는 5사단 GOP에서 근무했다. 당시 해당 부대 지휘관은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된 최 씨에게서 불안한 낌새를 느끼고 그를 GOP 배치 약 20일만에 다른 부대로 내보냈다. 최 씨가 GOP 근무를 계속했을 경우 작년 6월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GOP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켰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4번의 보직 이동이 이뤄지는 동안 중대 이동은 2번, 대대 이동은 1번 이뤄진 셈이다. 이렇게 보직을 4번이나 변경한 이유는 바로 인성검사 결과였다. 최씨는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됐다가 생활정도가 나아져서 C급으로 분류된 다음 다시 최종적으로 B급으로 분류됐다.
여기에 2013년 10월 전역한 최 씨는 "GOP(일반전초) 때 다 죽이고 자살할 기회를 놓친 게 후회된다"며 "수류탄, 한 정 총 그런 것들로 과거에 (살인과 자살을) 했었으면 (하는) 후회감이 든다"고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중앙수사단은 "군 복무당시 최씨의 인성검사 결과를 보면 '내적인 우울감과 좌절감이 있고, 앞으로의 군 생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태도 보이며 자기 자신의 가치관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역 후 미래가 불투명하고 삶의 낙이 없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말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확인 결과, 최씨는 군입대 전인 2010년 2월경 과다운동성행실장애로 3회나 진료를 받았다.
전역후에도 최씨의 병은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전역 후인 2014년 10월부터 11월까지 적응장애로 3회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씨가 4~5개월 전 선박용접공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실패해 최근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이웃들은 "최씨가 평소에 고함을 지르는 특이 행동을 자주 해 '이상한 사람'이란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15년 이상 이웃이었다는 김모(66)씨는 "키가 180cm 가까이 되는 최씨는 길거리에서 윗도리를 벗고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등 기이한 행동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오전 최씨를 봤다는 다른 이웃 주민은 "평소 소주병을 들고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술을 좋아했고 11일에도 욕설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웃은 "최씨 고함으로 시달리던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걸어다니는 것만 봐도 정신이 아픈 사람이었다"면서 "얼마 전 공원 벤치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면서 화를 내더라. 그런 사고를 냈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씨는 결국 총기난사를 결심했다. 최씨가 동원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장에 입소한 것은 지난 12일이다. 최씨는 입소첫날 개인 병과에 맞는 교육을 받았다. 이날 저녁을 먹은 후 7시부터는 안보교육을 받았다. 최씨가 취침에 들어간 시간은 대략 10시다. 유서를 작성한 시간도 대략 이 시간대로 군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 모두 최씨와 함께 내무반에서 동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13일 오전 10시 37분. 최씨는 총이 잘 맞지 않는다며 20사로(사격지역)중 맨 왼쪽인 1사로 위치를 바꾼다. 이후 사격장 1사로에서 표적지를 향해 1발을 발사한 다음 갑자기 뒤로 돌아 부사수로 대기 중이던 예비군 윤모(24) 씨에게 총을 발사했다.
이어 최 씨는 옆에 늘어선 사로 쪽으로 방향을 돌려 총기를 난사해 2, 3, 5사로에 있던 예비군 3명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이미 10발 사격을 다 끝낸 상태였던 4사로 예비군은 긴급히 몸을 피해 구사일생으로 화를 면했다. 동료 예비군들에게 7발을 난사한 최 씨는 9번째 총탄을 자신의 이마에 쏘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10초 만에 이뤄졌다.
훈련 통제를 위해 사격장에 배치됐던 대위급 장교 2명과 현역병 조교 6명은 총기 난사가 시작되자 모두 사로 뒤에 있는 경사지로 몸을 피했다. 최 씨와 가장 가까이 있던 현역병은 무려 7m나 떨어진 곳에 있어서 미처 그를 제압하지 못했다. 중앙통제관 자격으로 통제탑에 있던 대위급 장교 1명도 마이크로 '대피하라'고 외친 뒤 탑 옆으로 몇 걸음 대피했다.
최 씨가 쓰러져 총기 난사가 멎자 중앙통제관은 제일 먼저 사로에 쓰러진 4명의부상자들에게 다가갔다. 중앙통제관은 1∼3사로 총기의 조정간을 '안전'으로 바꿔 격발되지 않도록 한 다음 사로 아래에서 대기 중이던 군의관과 의무병을 불러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다른 대위급 장교들은 사건이 발생한지 10분이 지난 10시 47분 119구급차를 요청했으며 인접 부대인 211연대 구급차도 불렀다. 구급차 5대가 도착한 시각은 11시 4분이었다. 부상자들은 이들 구급차에 실려 응급처치를 받으면서 병원으로 후송됐다. 결국 최 씨는 동원훈련장에서 동료 예비군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했으며 그가 쏜 총에 맞은 박모(24) 씨와 윤모(24) 씨가 숨지고 다른 2명은 크게 다쳤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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