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만 환경부 차관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던 곳이라는 전설을 품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산양과 기생꽃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인제 대암산용늪은 1997년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람사르습지'이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이 체결된 1971년 2월2일을 기념해 세계 각국은 습지보전에 대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기후가 온화한 매년 5월 중 1주간을 습지주간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에는 습지가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라는 의미를 새기고자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인 22일에 제주 동백동산습지에서 공동으로 기념식을 열고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를 습지주간으로 정해 습지 전시ㆍ체험부스 운영, 국제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를 운영할 계획이다.
제1회 세계 습지의 날은 1997년 2월2일이었다. 올해는 사람으로 치면 독립적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만 19세 성년의 나이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인 셈이다. 그동안 내 아이를 키우듯이 습지를 얼마나 소중하게 돌봐왔는지 되돌아보고 어떻게 건강하고 훌륭한 성년을 맞이하게 해줄지를 진중하게 살펴봐야 할 때다.
지구 육지 표면의 약 6%를 차지하는 습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이 탁월해 자연의 콩팥이라고도 불린다. 인간은 동식물의 서식처이며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습지를 오래전부터 수렵, 어업으로 이용하고 자원을 향유해 왔다. 30억명이 넘는 인구가 논습지에서 식량을 제공받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를 늦추는 등 습지가 가진 공익적 가치가 부각되면서 보전, 관리하는 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9년 습지보전법을 제정, 습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전국 2000여개 습지에 대한 자료를 구축, 보존가치가 뛰어난 33개소의 습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송도갯벌 등 19개소를 람사르습지로 등록했다. 2008년에는 제10차 람사르총회를 성공적으로 열어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 창녕 우포늪은 2012년 미국 CNN이 소개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곳 50선' 중 6위에 선정됐으며, 제주 동백동산습지는 습지탐방과 더불어 텃밭 가꾸기, 향토음식 체험 등을 제공하며 연간 1만7000명 이상이 찾는 생태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습지 훼손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과도하게 이용하면서 오염돼 습지가 제 기능을 잃고 몸살을 앓고 있다. 100여년 동안 세계 습지의 50% 이상이 소실됐고, 우리나라도 지난 5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7배가 넘는 61㎢의 갯벌이 사라졌다. 지금도 습지는 각종 개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습지보전은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함께 풀어 가야 할 숙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공동체의 협력과 정성이 요구되는 습지 보전을 잘 설명해준다. 올해 세계 습지의 날 주제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습지(Wetland for our future)'다. 우리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듯 습지가 어엿한 성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다 같이 준비하자.
정연만 환경부 차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