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남대문 본점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입지 확정
호텔신라 용산아이파크몰, 현대百 무역센터, 한화갤러리아 여의도63빌딩, SK네트웍스 동대문 케레스타 결정…롯데면세점 최종 조율 중
경영능력과 중기 상생 전략 등 각 기업마다 특화된 전략 내세워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7월 확정되는 서울 시내 면세점의 대진표가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기업에게 돌아갈 두 자리를 놓고 각자 중기연합군, 대기업 간 합종연횡, 차별화된 입지 등을 내세우며 입찰전에 뛰어들었다.
유통 대기업들은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에 실패할 경우 그룹의 미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을 우려,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면세점업계 부동의 1위인 롯데면세점이 후보지역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6월1일 입찰 서류 제출을 앞두고 참여기업들의 수읽기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입지 전쟁, 관세청이 선택할 곳은= 현재 공개된 시내면세점 입지는 대부분 강북에 집중돼 있다. 현대산업개발과 손잡은 호텔신라의 용산 아이파크몰, 한화갤러리아의 여의도 63빌딩, SK네트웍스의 동대문 케레스타, 신세계의 남대문 본점 등이다. 강남은 현대백화점의 무역센터점이 유일하다. 롯데면세점이 동대문과 신촌, 이태원, 가로수길 등을 검토하고 있어 강남 지역에 추가로 후보군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된다.
이들은 각자 선택한 입지가 관세청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가장 적합하다고 내세우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14일 본점 명품관(본관) 전체를 시내면세점으로 파격 전환, 프리미엄 면세점을 조성키로 했다.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면세점 공급이 절대 부족한 명동상권에 면세점을 설치해야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한국 관광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신세계 본점이 명동과 남대문시장을 잇는 '가교' 입지에 해당돼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욱 다양한 쇼핑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점도 고려했다.
호텔신라는 용산 아이파크몰의 장점으로 백화점ㆍ영화관ㆍ마트ㆍ대형 식당가 등 쇼핑ㆍ여가시설, 대형버스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 관광특구 이태원ㆍ용산공원ㆍ국립중앙박물관ㆍ남산공원과의 근접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와 연결된 '교통 허브'라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여의도 63빌딩을 최종 입지로 선택한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서남권 지역의 관광진흥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63빌딩을 컬처 쇼핑 플레이스(총 3만6000㎡, 1만1000평 내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63빌딩에는 도심형 아쿠아리움, 회당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아트홀, 세계적 명사의 모습을 재현한 국내 최초의 밀랍인형 전시관인 왁스 뮤지엄이 있다. 시내면세점 중 유일하게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을 조성하는 등 관광 콘텐츠도 보완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를 최종 확정했다. 동대문은 의류ㆍ패션산업의 메카로 24시간 쇼핑이 가능한 패션타운 관광특구로 지정돼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물론 전통적인 재래시장과 복합 쇼핑몰이 공존하고 있어 최고의 쇼핑 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4개의 지하철 노선과 52개의 버스 노선, 2개의 공항 리무진 노선이 지나는 교통중심지로 뛰어난 접근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나홀로 강남을 선택한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승부를 걸었다. 무역센터점 2개 층을 리모델링해 강남권 최대 규모의 고품격 면세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현대백화점그룹은 무역센터점이 위치한 코엑스 단지가 향후 강남지역은 물론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의 외국인 관광명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업계 최강자 롯데면세점은 신중한 모습이다. 현재 동대문과 신촌, 이태원, 가로수길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경영능력 vs사회공헌ㆍ상생=관세청은 신청 기업의 관광인프라, 주변환경 요소 과 함께 재무 건정성, 운영 능력, 사회공헌 및 상생 등을 평가 기준에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평가기준에 맞는 조건을 만들어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관세청이 가장 높게 보는 경영능력에서 우위에 있는 곳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은 호텔신라다. 호텔신라는 그동안 서울ㆍ제주 시내 면세점과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며 경영능력을 키웠다.
한화갤러리아와 SK네트웍스도 경영능력에서 높은 점수가 예상된다. 한화갤러리아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6월 오픈, 국내 면세사업자 중 최단 기간 내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워커힐 면세점 운영을 통해 체득한 SK네트웍스도 노하우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워커힐면세점은 면세업계 최초의 중국 VVIP 대상 시계ㆍ보석 전문 부티크 등 중국 관광객 특화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 평균 성장률 23%를 크게 상회하는 매출 46%, 영업이익 24%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중기와의 상생에 중점을 뒀다.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을 운영할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하고, 합작법인에 모두투어, 서한사 등 6개 중소ㆍ중견기업 등이 주주사로 참여시켰다.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해, 면세점 경영 노하우가 있는 신세계그룹은 남대문 시장 활성화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명동 방문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남대문시장 방문율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신세계그룹은 남대문시장에 마케팅, 상품개발, 매장운영 등의 노하우도 제공해 적극적으로 시장 살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남은 것은 롯데다. 운영능력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롯데면세점도 조만간 입지를 비롯해 세부적인 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관세청은 지난 2월2일 서울지역(3개)과 제주지역(1개)에 오는 7월 면세점을 추가 허용하겠다고 공고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은 대기업 2개, 중견ㆍ중소기업 1개 등 총 3개다. 후보 접수는 6월 1일까지다. 관세청이 사업자로 선정한 기업은 앞으로 5년간 시내 면세점을 운영한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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