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전세계 상장지수펀드(ETF) 자산 규모가 처음으로 3조달러를 돌파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정보업체 마킷의 통계를 인용해 글로벌 ETF 운용자산 규모가 3조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올해 1ㆍ4분기에만 984억6000만달러의 자금이 신규 유입됐다. 지난해 1분기 유입액 372억달러의 세 배 규모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 다퉈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을 펴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ETF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ETF의 인기는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이 소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TF는 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에서 소극적 운용자산으로 분류된다. 개별 종목이 아닌 지수 흐름을 따르기 때문에 분산투자 효과로 변동성이 크지 않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들의 소극적 성향은 채권펀드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997년 이후 자산 기준 세계 최대 타이틀을 유지해온 핌코의 간판펀드 '토탈리턴펀드'가 지난달 말 기준 경쟁사인 뱅가드의 '토탈본드마켓인덱스펀드'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토탈리턴펀드는 적극적 운용 전략을 갖고 있는 반면 토탈본드마켓인덱스펀드는 소극적이지만 안정적인 운용 성격을 지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브라이언 륭 스트래티지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 채권 할 것 없이 소극적 운용 성격을 지닌 펀드가 선호되고 있다"면서 "(ETF는) 매수와 환매가 쉽고 보수도 저렴해 투자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ETF에 몰렸던 자금이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의 이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꾸준히 하락하던 미국, 유럽의 장기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채권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유럽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10년물은 이날 5bp(0.05%포인트) 상승한 0.5%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는 지난달 사상 최저 수준인 0.05%를 기록한 후 빠르게 반등했다. 30년물 금리 역시 1%를 웃돌아 지난달 0.5%의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14%까지 오르면서 3월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2.91%까지 올라 200일 평균치 2.849%를 돌파했다.
최근 채권 시장에서는 고평가,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핌코의 리처드 클라디아 글로벌 전략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채권 투매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도 "채권 시장이 고평가 돼 있다"면서 "할 수만 있다면 미 국채 30년 물을 공매도(약세장이 예상될 때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법)하고 싶다"고 전했다. UBS의 존 레이스 전략책임자는 "당분간 국채 시장에서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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